벌써 6일 차이다. 병원에서의 일상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일기를 같은 내용을 쓸 수는 없고, 뭘 쓸까? 아기를 재우며 고민을 잠깐 해보았다.
첫 번째 돌파감염 얘기를 해볼까 한다.
나와 같이 확진이 된 친구는 3월에 화이자 1차를 접종했고, 4월에 화이자 2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흔히 말하는 면역이 생기는 2주간의 시간이 훌쩍 지나서 나로 인해 확진이 된 것이다. 백신을 맞고 확진이 되는 사례를 돌파감염이라한다. 국내 돌파감염이 내 친구가 첫 번째는 아니고 두 번째 사례 정도 되는 듯하다. 총 4명이 있다는데, 그중 두 명은 접종 후 14일이 되기 전에 감염이 되었다고.
뉴스를 보니 돌파감염이 없을 일은 아니란다. 모든 백신은 백신을 맞고도 감염될 위험성을 내포한단다. 사실 친구는 조금 더 안정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화이자씩이나 맞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당연히 친구는 확진이 안됐을 거라 생각했었다. 뉴스에 나온 대로 백신 덕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친구는 백신을 맞지 않은 나와달리 무증상임은 확실하다. 내가 일기에서 자주 언급한 일산 치료센터에 있다는 친구가 바로 돌파감염을 당한 그 친구이다. 어쨌든 나로 인해 확진이 되었는데, 증상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두 번째는 어린이집 이야기이다.
아기가 확진됨에 따라 아기가 다니던 어린이집이 임시 폐쇄조치에 처해졌다. 남은 5월 내내 문을 닫고 강제 휴원에 돌입했다. 사실 아기가 확진이 되자 어린이집이 정말 큰일이다 싶었다. 가장 나이 많은 친구들이 4세에 불과했고, 아기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코로나 때문에 통합보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교실 문을 열고 같이 생활한다.) 일단 그 어린 아기들이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 걱정이 되었다. 아기가 확진되었다는 전화는 20일 새벽 6시를 조금 넘어 받았다. 나는 어린이집 내에서 사용하는 핸드폰 번호 외에 원장쌤 연락처를 몰랐다. 7시경 어린이집 핸드폰으로 전화했지만, 그 시간에 누가 출근했을 리가 만무했다. 어차피 보건소에서 연락이 가니 조금 기다려 볼까? 그래도 미리 알리는 것이 그나마 예의일 것 같은데...고민을 하다가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밴드를 통해 원장쌤께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 원장쌤은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거셨다. 어쩌다 아기가 코로나에 걸렸는지, 나는 왜 걸렸는지 탓하는 내용이나 말투는 하나도 없으셨다. 대신 보고를 해야 하기에 필요한 정보만 물어보셨다. 그렇게 본격 등원 시간이 되기 전 원장선생님과 세 차례 정도 통화가 오고 갔다. 마지막 통화에서는 감사하게도 아기의 안부도 물어주셨다. 아기가 속한 만 1세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음을 알려야 하는데, 교육청인지 보건소 쪽인지 에서 받은 공문에 떡하니 아기 성씨가 노출되어 이름만 OO으로 가려졌다고, 자기도 학부모들께 알려야 하는 상황이라 받은 그대로 올려야 하는데, 누가 봐도 우리 아기인 줄 알 텐데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라고 전화를 주셨다. 나로 인해 맞벌이 부모들이 겪고 있을 난감한 상황, 집에서 가정보육 중으로 고생하실 다른 학부모님들, 강제 휴원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집 식구들에게 모두 죄송하다. (다행히 방역을 준수했고 아기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여 모두 음성이 나왔다.)
병실에서 아기와 시간을 보내는 블럭
전염병이라는 것이 내가 원해서 걸린 것은 아니지만, 그 파장은 도미노의 연쇄작용처럼 무섭다.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반성으로 오늘 일기는 마친다.
아기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기침을 좀 했다. 저녁에 먹은 약빨이 떨어져서일까? 나도 오늘은 기침을 좀 더 했다. 쉬었던 목소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증상이라면 냄새가 아직도 안맡아지는 것 외엔 딱히 없다. 오늘도 열은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