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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비 May 26. 2021

코로나일기

입원 일곱 째날의 기록, 병원에서 육아외에 할 수 있는 일

입원생활이 아기와 적응이 되자 병원이어도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매일 하던 대로 블로그를 쓰고, 인스타그램도 하고, 오늘은 서평도 썼다. 이 모든 건 물론 아기가 잠드는 낮잠시간 혹은 밤잠을 재우고 지금 같이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에 가능하다. 잠을 포기하면서 내 할 일을 하는 것은 병원이나 집에서나 마찬가지다. 병원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아기가 깨어있어도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병원에 입원해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재밌게 매시간 시간 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주식창이다. 주식창은 그저 핸드폰에 접속해 띄워놓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기랑 놀면서도 틈틈이 볼 수 있고, 아기에게 주차장 뷰를 구경시켜주면서도 충분히 관찰이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계속 보다 보니 재미마저 있다. 소액으로 주식을 시작한 지 벌써 몇 달이 되었는데, 그동안 너무 소액인지라 방치도 했다가 매수만 해보고 매도를 안 해봤었다.



그런데 그 매도를 여기 코로나로 입원해서 처음 해봤다.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오늘도 매도에 성공했다. 전체적인 상승장으로 들어갈 곳을 딱히 찾지 못했는데, 오늘 경제 기사를 읽다가 팁을 얻어 메타버스 관련 주를 소액 사보았다. 주린이의 주식 어필이라면, 일단 뭐라도 사라는 것이다. 내 돈이 들어가고 1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 회사의 주가를 나도 모르는 새에 파악하게 된다. 그렇게 계속 나처럼 할일없이 주식창을 매일 들여다보면, 이제 알게 된다. 아 이 주식은 내가 상당히 고점에서 샀구나, 이 정도 가격일 때 매수를 하면 좋겠다. 이 주식은 이 정도 올랐으면 매도를 해보자 라는 등, 개인적인 판단 기준이 생기게 된다. 시작은 일단 사는 것이다.

코로나는 장기화돼서 매년 독감처럼 접종을 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속에서 메타버스라는 것이 뜨고 있다. 가상현실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 어릴 때 하던 아바타 채팅게임 같은 거 기억하는가? 한때지만 재밌게 참여했던 것 같다. 그 맘때쯤에는 그런 게임이 많았고 너도나도 인터넷에 아바타 하나쯤은 만들었던 것 같다.



그 아바타가 현실과 접목해 세상에 다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를 필두로 메타버스가 성장 중이다. 워킹맘이지만 회사원은 아닌 내가 메타버스를 어떤 방식으로 처음 접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시작은 주식으로 만났다. 직방에서는 메타버스로 사무실을 구현해 그곳으로 아바타들이 출근을 한다고 한다. 기사에는 이런 환경이 활성화되면 사무용 부동산에도 지각변동이 일거라는 예측도 있었다. 아직 조금 먼 이야기 같지만, 작년에 낯설었던 온 택트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가. 메타버스도 조만간 현실을 파고들지도 모른다. 메타버스라는 신대륙은 부가가치도 어마어마하단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면 좋을지 생각도 해본다.





병원에서의 7일, 피부가 놀랍게도 많이 좋아졌다. 원래도 안 좋은 피부까지는 아니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매우 매우 좋아해서 피부가 평안한 날이 별로 없었는데... 입원 생활중 병원이 제공해주는 도시락만을 먹다 보니 장도 편안, 피부도 평안하다.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아기는 아침에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병원에서 오롯이 독박 육아를 버텨내려면 나도 이 일기를 쓰고 금방 잠들어야 한다. 나는 요즘 10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난다. 수면시간도 꽤나 넉넉한 편이라 하겠다.



퇴원일은 별일 없으면 일요일로 정해진 듯하다. 내일쯤, 입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엑스레이를 찍고 피를 뽑아 검사를 한다고 들었다. 오늘은 그래서 집에 남은 가족에게 나와 아기가 퇴원할 때 입을 옷가지들을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다. 병원에서 택배를 받으면 보관했다가 퇴원 날 전해준다고 한다. 그 물품에는 속옷부터 옷가지 신발 가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 가져온 옷들은 모두 신발까지 폐기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도 안내문에 슬리퍼를 신고 오라고 쓰여있었다. 입원생활을 하려면 슬리퍼가 여러모로 편하다.


그리고 음압 병동이 춥다거나 덥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온도는 그냥 적당하다. 가끔 더울 때는 간호사실에 얘기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긴팔에 긴 바지를 입고 생활중이다. 아기도 긴팔에 긴바지. 다만 건조함은 확실히 있는 듯하다. 밤에 빨래를 해 널어두면 다음날이면 대부분 마른다. 이왕 있는 것, 나처럼 매일 빨래를 하는 걸 권한다.  그나마 빨래라도 할 일이 있는 것이 다행이니깐.(육아를 안 하면 사실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하다못해 드라마 정주행이라도 할 수 있고, 책도 보고 세상 할 일이 많겠지)


7일 차 아기와 나의 상태

이제 정말 정상이다. 그냥 약간의 가래가 있는데, 나는 후비루가 조금 있어서 콧물이 뒤로 넘어가는 것 같다. 근데 그마저도 많이 신경 쓰일 정도로 있진 않아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괜찮다. 아기는 기침을 조금 하고 있지만 약을 먹으니 그것도 괜찮다. 모든 것이 정상 컨디션! 참 후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의사와 전화 문진을 했을 때 들었는데, 후각은 생각보다 정말 천~~~천히 돌아온단다. 퇴원 전에 당연히 돌아오겠지 했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퇴원 전에 후각을 되찾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몇 달까지 얘기하시는 걸 보아.... 한동안 후각과는 안녕일 것 같다. 아직도 나는 궁금하다 내가 전날 빤 빨래에서 걸레 냄새가 나진 않는지 ㅎㅎㅎ 오늘 분명 점심 도시락에서 미세하게 오이 냄새를 맡은 것도 같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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