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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비 May 23. 2021

코로나 일기

입원 넷 째날의 기록

오늘도 병원에서 9시 전 육퇴에 성공했다. 정말 일기를 쓰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중구난방에 가독성이 떨어지는 듯해서 오늘은 주제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주제 : 포기하니 편해지는 것들



병원에서 독박 육아를 하다 보니, 입원 4일 차만에 벌써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20개월이 되도록 아기에게 간식은 되도록 만들어주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했다고 자부한다. 이미 속세의 맛을 많이 본 아기 친구들도 보았고, 어떤 아기는 20개월에 츄파츕스를 입에 물기도 했다지만 나는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어차피 크면 먹게 될 것이라는 생각과 내가 그렇게 자라지 않았고,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자란 것에 매우 만족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아기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병원에는 유아식이 따로 제공되진 않는다. 그저 어린이 식단이 나온다. 유아식과 어린이 식단의 차이가 뭘까? 어린이 식단에는 종종 고춧가루도 쪼금 들어가고, 유아가 먹는 밥보다는 간도 양념도 누가 봐도 초등학생 그보다 어리게 잡아도 유치원생 정도가 먹을만한 음식이 나온다. 그동안 집에서 간도 잘 안 해주고, 건강한 본연의 맛을 즐겨온 아기는 양념된 반찬을 잘 먹지 않았다. 아침도 잘 안 먹고 점심도 잘 안 먹고, 잘 먹어야 빨리 나을 것 같은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극적인 양념을 싫어하는 아기지만, 속세의 맛은 강력했다. 너무 배고파하여 줄 것은 없고, 간식으로 나왔던 요구르트, 딸기우유, 핫도그, 소보루빵 등을 결국 먹이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아기가 딸기우유를 원샷했다 -_- 먹다가 주길래 입에 안 맞아? 하고 받아 든 순간, 가벼웠다. 내용물이라곤 1도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이었다.

심지어 먹고 내 것까지 탐내 한 아기... 엄마 꺼도 주마.


두 번째 포기한 것은 영상 노출이다. 무증상이면 모를까, 코로나에 걸리면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이 든다. 그런데 아기까지 대롱대롱 몸 위에 달고 생활을 하자니 피곤함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첫날도 둘째 날도 버텼던 영상을, 셋째 날 아주 조금 틀어주었다. 나름의 위안이라면, 뽀로로처럼 움직이는 영상이 아닌 아주아주 정적인 그저 책 페이지를 옮겨놓은 도레미 곰을 주로 틀어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기도 오래 보지 않는다. 노래가 나오고 두 돌 기념으로 살까 했던 도레미곰이라 엄마 욕심에 틀어준 것일 뿐, 아기는 매한가지 움직이지 않는 영상이라면 눈 앞에 있는 실물 책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기가 관심을 보여야 엄마도 쉬는 법... 뽀로로 영어판을 하나 보여주었다. 영어라고 위안하면서...





두 번째 주제 :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의 차이가 뭘까???


사실 입원 전에는 아무래도 병원이 더 치료에 적합하고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코로나 증상이 심한 편이어서 경기도 의사들이 병원으로 보내겠다 판단을 했다. 나와 같이 걸린 지인과 지인 아들은 아주 경미한 증상(미열정도)으로 생활치료센터로 보내졌다. 병원도 병원 나름이고, 생활치료센터도 치료센터 나름이겠지만 둘의 차이를 간단히 얘기해보련다.


우선 내가 온 포천 병원은 4인실이다. 처음 입원했을 때는 한 명이 이미 있어서 아기와 나까지 총 3인이 하룻밤을 보냈었다. 지인이 간 일산에 위치한 생활치료센터는 2인실로 아이와 둘이 생활한다고 한다. 밥은 둘 다 도시락이다. 다만 나는 밥 반찬 국 등이 따로따로 담겨있어 아기와 먹기 불편하다는 것, 일산의 생활치료센터는 편의점 도시락 같은 비주얼로 제공이 된다. 장점은 여기는 유아식은 아니지만 어린이식이 제공된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병원은 24시 씨씨티비가 병실 내에도 돌아간다. 화장실만 씨씨티비가 없다. 그리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잘 때도 마스크를 낀다.

생활치료센터는 방안에는 씨씨티비가 없고, 마스크도 벗고 있어도 된다고 했단다. 제일 부럽다 마스크...


아이와 함께 입원을 한다면 생활치료센터도 괜찮을 것 같다. 병원은 무조건 침상생활을 해야 하지만, 생활치료센터는 기존 리조트였던 곳이 많아서 그런지 침대는 물론 있지만 바닥 생활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이와 앉아서 놀기 딱 좋은 ^^



그래도 포천병원의 장점이 있긴 하다. 바로 쿠팡 배송!! 아, 생활치료센터 방에는 없는 냉장고도 있다. 너무 지친 나머지 나는 집에 가져가지 못해도 좋으니 여기서만이라도 놀게 하자는 심산으로 장난감을 주문했었다. 결과는 어땠냐고??

대성공이다.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 블럭은 36개월 이상 권장이라 쓰여있지만, 20개월 정도의 아이가 보호자와 함께 놀기에도 좋다. 플라스틱이라 다칠 염려도 없고, 이것저것 모양을 만들기가 용이하다. 아직 20개월의 힘으로 꽉 끼는 것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니 아기도 얼추 낄 수 있다. 오후 내내 같이 강아지 집을 지어줬다. 이제 퇴원하면 저 강아지를 두고 가야 하는데, 여기 온 뒤로 강아지만 안고 다니고 안고 자고 밥도 같이 먹고 화장실도 같이 가니, 벌써 조금 걱정이 된다 ㅎㅎ

오늘은 이 블럭이 오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이 블럭을 받기 전인 오전, 시간이 어마 무시하게 안 갔다. 아기가 어제보다 1시간가량 일찍 깼더니 오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점심에 이 블럭을 배송받은 뒤 시간이 그래도 잘 갔던 것도 같다. 지금도 시간은 흘러간다^^ 입원 4일 차 끝!!


우리 몸의 경과를 알리자면, 미열만 왔다갔다할 뿐 열은 떨어졌다. 나는 가래가 살짝 있으려는 찰나에 약을 주셔서 별 증상이 없다. 아기는 기침을 조금 했으나 오늘 식후 기침약을 먹었더니 저녁에는 기침을 하지 않았다. 아직 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해열제를 먹는 것은 아니다. 이쯤 되니 집엔 언제 갈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생활치료센터간호사 왈 퇴소 시 별도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고~ 증상이 없으면 전파력이 없다는 뉘앙스였는데 내일 간호사에게 물어봐야겠다)




더불어 입원을 해보니 의료진분들의 고생이 더 크게 와닿는다. 쓰레기통도 매번 치워주고 소독도 해주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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