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결혼식 주례를 맡다.

by 권민창

제 고등학교 동창 중에 철화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속이 깊은 핫팩같은 친구에요. 물론 철화는 하루 만에 식진 않습니다. 매일 매일이 핫팩 같은 친구입니다. 그래서 철화와 함께 할 사람은 철화처럼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었습니다. 작년 겨울이었을까요, 독서모임에 어떤 여성분이 오셨어요.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얼굴, 대화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따뜻함.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철화가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전 둘을 이어주게 됐습니다.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철화와 강원도 영월에 있는 고은 누나. 첫 만남이 운명이 됐습니다. 왕복 9시간을 오가며, 1년간 연애를 했고 내년 3월 말,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철화는 제게 주례를 부탁했습니다. 사회는 많이 해봤지만 주례는 처음입니다. 파격적이죠. 30살의 미혼남이 주례라니.
그래도 참 감사합니다. 제가 참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 철화에 대한 마음을 모두가 보는 이 공간에 남겨보려 합니다.

항상 밝고 톡톡 튀는 찌리리공 같은 내 친구 철화야. 니가 고은 누나와 처음 만난 후 나와 통화했던 게 기억난다. 전화가 생각보다 빨리 와서 둘이 잘 안 됐나?하고 걱정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니 목소리는 굉장히 상기되어있었다. '민창아, 너무 괜찮은 분인거 같아.' 나는 너무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세상이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득 차듯, 너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기길 바랬거든. 너는 이어서 말했다. '박보영 닮았어.' 그 말을 듣고 고은누나 사진을 유심히 봤다. 니 말대로 박보영을 닮았더라. 그 뒤로도 만날 때면 매우 유심히 봤는데, 더 닮은 사람을 찾았다. 바로 오철화였다. 닮으면 잘 산다고 하던데 둘은 정말 잘 살 것 같았다. 철화야, 기억나나? 사귄지 2달 만에 고은 누나와 백패킹을 한다고 들떠있었지. 난 사실 좀 걱정 됐다. 아직 2달인데.. 한강이 보이는 좋은 식당에서 스테이크도 썰고, 이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 때인데.. 그러나 내 걱정은 기우였다. 이고은은, 오철화라는 꽃이 시들지 않게 옆에서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같은 사람이었다. 최근에 너와 전화를 했던 게 기억난다. 직장생활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1시간 동안 나의 푸념을 들어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었지, 너의 따뜻한 위로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행복하다 철화야. 너라는 친구가 내 옆에 있다는 게. 그리고 니 곁에 너와 닮은 사람이 있다는 게.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더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리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내가 13년 동안 지켜본 오철화는 그런 사람이니까.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내일을 볼 수 있는 사람, 통장잔고가 12만원이었을 때도 지구반대편에 아이를 돕는 사람, 살아가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니까.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 믿는다. 나는 오철화라는 사람을 알아서 참 행복하다. 그리고 그 행복이 꽃 필 둘의 가정이 기대된다. 고은누나, 철화야 잘 살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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