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춥죠?
이런 날은 따뜻한 이불 안에서 귤 까먹으면서 누워 있어야 하는데요, 고단한 몸을 이끌고 출근했습니다.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요?
올 봄에 마이크임팩트에서 주최한 스탠드업이라는 행사에 청춘 연사로 참여했었습니다.
주요대상이 대학생들이라,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연애더라고요.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반응이었습니다.
출근길에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예전에 친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봉사활동 다녀온 사진을 올렸습니다.
근데 글쎄, 그 친구 옆에 어떤 여성분이 너무 이쁜 겁니다. 하얀 피부 긴 생머리 가지런한 치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시냐고요? 남자는 0.6초면 스캔이 끝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를 엄청 달달 볶았어요.
'야, 내 저 분 제발 소개시켜주라. 잘 되면 니가 해달라는 거 다해줄게!’ 우여곡절 끝에 그 분을 소개받게 됐는데 세상에, 실물이 훨씬 이쁜 겁니다. 성격도 너무 좋구요.
밥을 먹는 내내 파스타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내가 과연 이런 여신과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어떻게 애프터가 됐고, 몇 번의 만남 끝에 저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도 궁금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여신이가 절 만날 이유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연애 초기에 여신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여신아, 넌 오빠 어떤 점이 좋았어?’ 그러니까 여신이가 웃으면서 얘기하더라고요.
'난 오빠 섹시한 턱선'
그런데 전 덜컥 그 자리에서 여신이에게 거짓말을 해버립니다.
'여신아, 오빠는 얼굴 살이 안 쪄서 걱정이야.'
그런데 전 전날 뭘 먹고 잤는지 다음 날 누구나 알 수 있는 얼굴입니다.
그만큼 얼굴도 잘 붓고 살도 잘 찌는 체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사랑하는 여신이에게 제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멋지고 잘 생긴 모습만 보여주고 싶던 거죠.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덜컥 헬스클럽에 등록합니다.
여신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선 섹시한 턱선을 유지해야됐었으니까요.
그런데 운동을 하다보면 여신이에게 연락이 오잖아요. '오빠, 뭐해?' 그럼 핑계를 댔어요. '아 오빠 지금 밥 먹어, 친구 만나, 비트코인하고 있어. 한강 가려고' 요런 식으로요.
그렇게 몇 달 정도 지났을까요? 여신이가 갑자기 저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뭔데? 라고 하니까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제 외모가 자기 스타일은 아니었대요. 아니, 섹시한 턱선이 좋다면서 이게 무슨 말이야? 했는데 여신이가 말을 이어하더라고요.
'오빠, 근데 우리 처음 봤을 때 여의도 CGV에서 베테랑 봤던 거 기억나?'
'응, 기억나지.'
'우리 영화 끝나고 콜라 좀 남았었잖아.'
'응'
'근데 오빠가 나한테 콜라 버리러 화장실 좀 다녀올테니까 기다려주세요 라고 했던 거 알지?'
'응'
'그래서 내가 쓰레기통 여기있는데 그냥 버리면 되잖아요라고 했었는데, 오빠가 아, 콜라랑 컵이랑 같이 있으면 분리수거하시는 분이 힘들까봐서요 라고 얘기했었거든. 그 때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사소한 배려를 보고 아, 이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꼈어. 그 때 오빠가 좋아진거야.'
그러니까 여신이는 인위적이고 꾸며진 제 모습이 아니라 저도 몰랐던 제 본연의 모습을 사랑했던 겁니다. 물론 섹시한 턱선이 조금은 도움이 됐겠지만요.(웃음)
우리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요. 그리고 그 가면을 벗길 굉장히 두려워하구요.
'아, 내가 애니 좋아한다고 하면 나 되게 찌질하게 보지 않을까?'
'내가 대학 안 나왔다고 하면 나 되게 무식하게 보지 않을까?'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내가 가면을 벗었다고 내 곁을 떠날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내가 굳이 가면을 벗지 않아도 언젠간 내 곁을 떠날 사람이라는 거에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순 없어요. 간디도 테레사 수녀같은 성인들도 바보같이 착하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그냥 나를 보여주세요.
나의 인간적인 모습, 자연스런 모습에 끌리는 사람들이 온전한 내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가면을 벗길, 그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