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렬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후배구요, 저를 되게 잘 따르고 좋아해줍니다.(그렇지?)
인사성도 바르고 항상 웃는 상이라 후배들 중에서도 유독 정이 가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이,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이었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이 좋다보니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고 그러다보니 살도 찌고 자기계발을 약간 게을리하게 됐죠.
조금만 이끌어주면 충분히 잘 할 거 같았고, 마침 마음 맞는 후배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며 경렬이에게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경렬이와 친해진 지 벌써 2년이 지났네요.
그 2년 동안 '독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라고 얘기했던 경렬이는,
원주독서모임에서 혜현이라는 이쁜 여자친구도 만났고, 책도 많이 읽고, 직장에서 새로운 꿈이 생겨 원주에 있는 상지대학원 심리상담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제가 해준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매일 쓴소리만 하고 잘난 척만 해서 경렬이 입장에서는 재수 없었을 수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경렬이가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받아줘서 참 바람직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렬이 나이때 그런 피드백을 저에게 줬으면 저는 반발심이 되게 커서 튕겨나갔을 건데, 경렬이의 그릇은 참 반듯하고 큰 것 같습니다. 저도 경렬이에게 많이 배우거든요.
어제 술을 마셨는지 문득 연락이 왔습니다.
경렬이가 평소에 쑥쓰러운 얘기를 잘 못해서 가끔 저런 식으로 술 마시고 카톡이 와요.
자다 새벽에 일어나서 카톡을 보고 씨익 웃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이 저에게 감사를 표현할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습니다.
조만간 경렬이한테 돼지갈비 얻어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