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만난 픽업아티스트 남식이

by 권민창

여자분들이 제일 싫어하는 얘기가 두 가지라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는 군대 얘기. 두 번째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오늘 제가 할 얘기는 군대에서 만난 남식이 얘기입니다.
제발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느끼는 게 많으실 겁니다.


저는 군생활을 간부로 빨리 시작한 편입니다.
간부가 되는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21살에 공군하사로 임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이 생활하는 병사들이 다들 형이었죠.
여러분들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한 번 돌아보시면 어떠셨나요?
전 1,2살 형들에게도 되게 깍듯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형들한테 장난도 치고 반말도 하고 툭툭 건드리기도 하지만, 그 때 당시 1,2살 형들은 굉장히 무서웠죠.

그런데 처음 간부생활을 하면서 그런 형들에게
반말을 하고 일을 지시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병사라도 시골진돗개같이 생긴 2~3살 어린티 팍팍 나는 놈이

‘남식아 이거 좀 해라, 남식아 이거 좀 치우자.’하면 짜증날 거 같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저는 참 좋은 병사형들과 근무를 했던 것 같습니다.

말을 놓기 어려워하고 지시하기 어려워, 남몰래 끙끙 앓고 스트레스를 받는 제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먼저 와서 ‘권하사님 그냥 편하게 시키셔도 됩니다.’라고 했었거든요.

그 중에 남식이라는 병사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1살 많았구요. 상병이었습니다.

머리도 똑똑하고 성격도 좋았습니다. 축구도 잘했구요.

그 때 당시 이 형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성이었습니다.

휴가 나갔을 때 누구와 합력하여 선을 이룰까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여성별로 특징을 정리해서 그들의 마음의 문을 박차거나, 두드리거나, 수리공을 불러 따면서 맞춤형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그런 용어가 없었는데, 요즘 용어로 픽업아티스트라고 하겠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의 구스타프 칼 융이었습니다. 어찌나 사람심리를 잘 파악하는지 지금 그 형이 뭐하는지 궁금하네요.

여튼, 그때 당시 숫기도 없었고 말만 해도 얼굴이 홍당무가 되던 저는 남식이 형이 부러웠습니다. 키도 작고 다리가 굵었지만 말도 잘하고 어디서나 당당해보였거든요.

제초를 하다 잠시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남식이는 어떤 대화든 여자로 종결되는 대단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제초로 대화를 시작해도 여자. 훈련으로 대화를 시작해도 여자. 휴가로 대화를 시작해도 여자.

여튼, 그때 당시 남식이한테 이렇게 물었던 것 같습니다.

‘남식아, 넌 어떻게 그렇게 여자를 잘 만나?’

그러자 남식이가 웃으며 저한테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지금도 소름돋는게 그때 당시 22살이 그렇게 말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아 이래서 얘가 그렇게 당당하구나 싶었습니다.

‘권하사님, 3할 타자가 왜 3할 타자인지 아십니까? 10번 중에 3번을 잘 쳐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공에 맞는 게 두렵고 병살타를 칠까봐 두려워해서 스윙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0할입니다. 타율이 없는 겁니다.

10번 중에 3번만 잘 쳐도 좋은 연봉도 받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전 그렇습니다. 실패해도 또 갑니다. 개의치 않습니다. 그렇게 데이터가 쌓이다보면 어떤 식으로 쳐야될지가 보입니다. 그래서 일단 두려워도 스윙을 해야 합니다.’

아마 남식이도 처음엔 저같이 숫기없고 말도 잘 못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걸 이겨내기 위해 무던한 스윙을 했겠죠. 그리고 많은 경험들을 통해 좀 더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법을 몸소 체득했을 겁니다. 언제든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준혁 같은 선수가 된 거죠.

돌아보면 저도 인생에서 참 많은 병살타와 뜬공을 만들어냈습니다.

젊은 혈기로 이리저리 부딪혀서 와장창 깨져도 보고, 이성관계에서 많은 흑역사도 만들어 보고, 제 잘못된 언행과 행동으로 정말 친했던 친구와도 멀어져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제가 인생이라는 타석에서 실패라는 병살타와 뜬공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줬던 것 같습니다. 온전히 타석에서 투수가 던지는 도전이라는 공에만 신경을 쓰게 해준 것 같아요.

지금도 3루타나 홈런은 꿈도 못 꿉니다만, 한 번씩 2루타를 치거나 안타를 쳤을 때 그 짜릿한 손맛을 느낄 줄 아는 제 자신이 참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갑자기 남식이가 궁금해지네요. 그 형은 분명 뭐라도 되어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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