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야, 민창아. 나 궁금한 게 있어.'
얼마 전 친구가 저한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내가 좋아, 걔가 좋아?'
순간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고, 얼떨결에 '잠시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저에게 친구는,
'야, 섭섭하다. 민창아!'라고 얘기했고,
저는 '아니..그게 아니고.. 각자의 장점이 있어서..'
라며 우물쭈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친구는 장난으로 얘기했겠지만, 저는 이런 선택의 질문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친밀도의 정도를 물어보는걸까? 아니면 성격의 비슷한 정도를 물어보는걸까? 그것도 아니면 함께 한 시간의 양일까?'
물론 '당연히 너지.'라는 정답이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들 각자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물론 여자친구가 '나야, 아이린이야?' 라고 물어본다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린이 누구야?'라고 답할, 그 정도의 센스는 갖추고 있습니다..
상대방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사장님, 여기 김치 좀 더 주실래요?'라고 크게 외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생각해보면 저는 유전적 소심인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라는 행동이나 말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편입니다.
왼손잡이라 젓가락질을 하면 오른손잡이와 부딪힐 걸 고려해서 같이 식당에 가면 항상 왼쪽 끝자리에 앉습니다.
상대방의 고민을 듣고도 '이건 니가 잘못했네. 이렇게 해 봐.'라고 하기보다는, '많이 힘들었겠다.'라며 감정적으로 공감해주는 편입니다.
가지볶음말고는 딱히 가리지 않아 식사도 상대방의 취향에 맞추는 편이고,
제가 좀 더 시간을 쓰고 좀 더 많이 움직이고 좀 더 돈을 쓰는 게 편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맞췄으니 다음엔 쟤가 맞추겠지.'라는 식의 계산적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성격을 바꿔보려 부던히 노력해도 타고난 게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선천적 소심인 후천적 대범인의 성향을 갖고 있어 책의 모든 부분이 공감이 되진 않았지만, 소심인으로서 혼자 속앓이하고 힘들어했던 부분에 대한 따뜻한 위로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아마도 소심인을 제일 잘 나타내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오른손이 한 일을 제가 사는 곳에서 꽤나 멀리 있는, 부산 사직동에 있는 교촌치킨 사장님도 알게 하고 싶습니다.
그로 인해 사장님이 직원들이나 가족들에게 좀 더 좋은 태도, 좋은 행동, 좋은 말들을 써서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따뜻한 온수 밸브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차가운 냉수 밸브에서는 차가운 물이 나오듯
부족한 제 글이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온수 밸브를 작동시켰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