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봅시다.
이미 40줄에 접어드신 SES,베이비복스 누님들이 갑자기 20대의 꽃다운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 환하게 웃어주신다면?
아, 이 비유가 와닿지 않으실수도 있겠군요.
그럼, HOT나 신화 오빠들이 데뷔 초 모습으로, 풋풋한 힙합복장을 하고 캔디춤을 추거나 정체불명의 세미정장을 입고 BRAND NEW를 불러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아.. 브랜뉴뮤비는 다시 봐도 쩔어주네요..)
OST로 유명한 ‘미드나잇인파리’라는 영화는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약혼녀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온 길이라는 작가는 혼자 걷다 길을 잃어요.
길은 우연히 아주 오래된 푸조 자동차에 오르게 되고 거기서 젤다와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를 만납니다. 그들을 따라간 선술집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술을 마시고 있어요.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는 읽어보지 않으셨어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니까요. 그러니까 길은 우리에게 신화나 SES같은 동경의 대상을 만난 거에요.
그 과정 중에 피카소의 연인인 아드리아나에게 빠져버립니다.
사실 처음엔 이 영화가 시간여행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다루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3번 정도 본 뒤에는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길의 약혼녀인 이네즈는 길의 몽상가적 기질을 비판하고 무시합니다. 그를 틀렸다고 단정하죠. 낮의 연애입니다. 하지만 밤에 만난 아드리아나는 길이 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어하는 일들에 대해 귀담아 들어주고 대단하다고 말해줍니다.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대비시킨 것 같아요. 결국 아드리아나와 길은 이어지지 못합니다만, 마찬가지로 이네즈와 길도 이어지지 못합니다.
이네즈와 헤어진 길은 세느강의 다리 위에서, 며칠 전 이네즈와 데이트를 하며 잠깐 들렀던,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LP판을 파는 상점에서 근무하던 가브리엘을 우연히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비가 내려요.
여기서 결정적인 포인트가 하나 더 있는데요.
비가 내리는 파리를 좋아하는 길을 이해하지 못했던 이네즈와 달리,
비가 오네요 라고 말하는 길에게, 가브리엘은 ‘비가 올 때 파리는 가장 아름답죠.’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자신이 먼저 좋다고 말해주는 이성을 만나는 순간,
그 순간이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 필름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네즈가 틀린 것도 아니고, 길이 맞다는 것도 아닙니다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무엇보다 나와 잘 맞는 상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바다를 보며 서로의 어깨에 말 없이 기댈 수 있는,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이겨내요.’라고 웃으며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제가 너무 이상적인가요? 이래서 연애를 못 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