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건, 둘은 서로가 없으면 못 살 거예요.

사랑에 미친 두 사람

by 권민창

굉장히 친한 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형에게는 4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 형과 친하다보니 그 형의 여자친구를 자주 봐요.

뭐..제 기준에서 둘이 엄청 잘 맞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셋이서 족발을 먹으러 간 적이 있는데요. 마늘 족발을 시킬지 불족발을 시킬지 갖고 티격태격하더군요.

제가 그리던 연애는, 마늘 알레르기가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마늘 족발을 먹고 싶어하면, 두드러기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마늘 족발을 먹는 것이거든요.

뭐 그뿐만이 아니라 사소한 것 가지고도 잘 싸웁니다. 아메리카노가 너무 뜨겁지 않냐고 하면 이게 뭐가 뜨겁냐고. 뜨거운 게 뭔지 모르냐고(지금 적으면서도 웃기네요. 진짜 별 것도 아닌 걸로 다투지 않나요?)하면서 다투기 시작해서,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각자 집에 가버린 적도 있습니다.

또 별 거 아닌 걸로 여자친구와 다툰 그 날, 그 형이 저한테 커피나 한 잔하자고 하더군요.
밥 먹을 기분은 아닌데 스타벅스 벤티사이즈 아메리카노 얼음 가득 채워서 원샷 때리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다고.
그 날 그 형에게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형, 근데 그렇게 자주 싸우면 안 힘들어요? 서로 에너지 소모가 장난 아닐 거 같은데.’
그러자 그 형이 웃으며 말하더라구요.
‘힘들어. 잘 안 맞지.
근데 나 걔 없으면 못 살아.’

영화 노트북 보셨나요?
성격, 살아온 환경, 타이밍 그 어느 것 하나 맞지 않지만, 오로지 사랑하나만으로 서로에게 미친 듯이 끌리는 엘리라는 여자와 노아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17살, 부모의 반대로 원치않은 이별을 겪고 7년 후 누군가의 약혼녀가 되어
엘리는 노아를 찾습니다.
오래된 세월은 제곱으로 증폭되어 그들을 덮칩니다.
그만큼 미친 듯 서로에게 다시 빠져들죠.
하지만 현실이 다시 그들을 가로막으려 합니다.
가난한 목수 노아. 부유한 집안의 엘리, 그리고 그의 약혼남 역시 재벌가 자제.
서로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엘리에게 노아는 상처를 줍니다.
그리고 한바탕 싸우죠.
엘리는 노아에게 ‘널 다시는 안 볼거야.’라며 노아를 떠나려 하는데요.
그런 엘리에게 노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네 감정 건드리는 거 겁 안나.
뒤끝 없고 돌아서면 다시 구제불능인 게 너니까. 쉽진 않고 무지 어렵겠지.
매일 이래야 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네 모든 걸 원하고 매일 같이 있고 싶으니까. 한 가지만 해 줄래? 네 인생을 상상해 봐. 30,40년 후 누구와 함께야?
쉽게는 결정 마. 나나 네 부모님이 원하는 건 접어둬. 넌 뭘 원해? 넌 뭘 원하냐고.’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영화 초반에 어떤 할아버지가 독백식으로 말하는 게 나옵니다.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이죠. 남다른 인생도 아니었구요.
날 기리는 기념탑도 없고 내 이름은 곧 잊혀지겠죠. 하지만 한 가지 눈부신 성공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했으니 그거면 더할 나위 없이 족하죠.’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살았으며, 그 사랑을 이룬 한 남자와, 폭풍 같은 사랑에 함께 휩쓸린 여자.

사랑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은 서로 다르겠지만, 미친 듯이 싸우고 죽을만큼 힘들어도, 다시 돌아서면 미친 듯이 안고 싶고 죽을 만큼 보고 싶은 그런 사랑,
함께 있을 때 정말 나다울 수 있는 그런 사랑,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인생의 행복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형과 여자친구는 지금도 싸우고 있을까요? 아니면 웃으며 장난 치고 있을까요?
분명한 건 둘은 서로가 없으면 못 살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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