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시간이 답일까

암묵기억 저 편으로

by 권민창

심리학 교수 앳킨슨과 쉬프린에 따르면 기억에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 단기기억이라는 개념은 정보가 저장되거나 망각되기 전에 소수의 항목을 유지하는 활성화된 기억입니다. 중고나라 거래를 할 때 상대방의 입금 주소를 일순간 외우거나, 맘에 들지 않는데 소개팅을 받아 억지로 상대방의 번호를 저장하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몇 달 뒤에 카톡을 뒤적이면 '어? 얜 누군데 저장되어 있지?'라고 할 정도로 까맣게 사라집니다.
이런 기억들은 대개 10-20초 정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되는 거죠.

반면 장기기억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영속적이고 무제한의 기억이 저장되는 창고입니다.
오래 쌓은 지식과 기술, 경험 등이 포함되겠죠.
이 장기기억에는 오래 사귀었던 연인과의 추억이나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의 상처등이 포함되는 거 같습니다.
이별한 사람들이 오래도록 연인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더라도 문득 떠올라 아프게 하는 거죠.
그러나 이 장기기억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라집니다.
정확히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억 저 편 속에 가라앉아 있는거죠.
헤어진 연인의 전화번호, 얼굴 등이 사라지더라도 함께 했던 따뜻함과 좋았던 추억은 비슷한 환경이나 상황에 처하게 되면, 바람이 불면 땅에 있던 낙엽이 순간적으로 공중에 떠오르는 것처럼 드러납니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머리가 기억하는 거죠.
하지만 이별 직후 한참 힘들고 아팠을 때보다 훨씬 담담해집니다. 그리고 '그땐 그랬지.'라며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는 거죠.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봄이 오길,
그렇게 새로운 사랑과 기대가 태동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