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 저 분 제발 소개시켜줘.'

관계의 시작은 외모일 수 있지만, 관계를 지속시키는 건 배려입니다.

by 권민창

SNS를 하면서 친한 친구들의 피드에서 친구가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다 보면 한 번씩 ‘어? 이 남자 괜찮네. 어? 이 여자 괜찮네.’할 때가 있습니다.
상당수는 그냥 괜찮네에서 끝나겠지만, 누군가는 그 사람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름으로써 소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할 것이고, 누군가는 친한 친구에게 ‘야, 나 저 분 제발 소개시켜줘.’라며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할 거예요.
그 중 건대 7번 출구 근처에 사는 승훈이라는 친구는 ‘적극적 관심러’였습니다.
친한 친구가 봉사활동 다녀왔던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친구 옆에 있던 여성분이 너무 이쁘더랍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싹싹 빌었대요. 뭐 필요하냐고 콩팥이라도 필요하냐고, 저 분 소개시켜주면 다 해주겠다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한 덕에 승훈이는 그 여성분과 소개팅을 하게 됩니다. 혹여나 실패할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을 줄이고 싶어, 하나뿐인 꼼데가르송 셔츠도 일주일 전에 크린토피아에 맡겨놓고, 전날은 5천원짜리 콜라겐 마스크팩도 했습니다.
매번 대충 6천원 주고 동네 미용실에서 잘랐던 머리도 처음으로 바버샵에 가서 5만원을 주고 잘랐다네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한 승훈이는 그 여성분을 만나게 됩니다. 이 여성분의 이름을 편의상 현주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현주씨는 실물이 훨씬 이뻤다네요, 성격도 너무 좋구요.
소개팅을 하는 내내 파스타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랍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온 승훈이. 과연 잘 됐을까요?
네, 잘 됐답니다. 뭐 덕분에 잘 됐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승훈이는 여기서 첫 번째 착각을 하게 돼요.
‘아, 현주가 내 외모에 반했구나.’
그때부터 승훈이는 네이버에서 고데기하는 법도 찾아보고, 남친룩, 꾸안꾸 패션 등을 검색하며 옷도 사고, 섹시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PT도 등록합니다.
왜냐면 현주가 자신의 외모에 반했다고 생각했으니,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보니 현주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강박관념에 빠졌고,
은연중에 현주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나게 됐습니다.
‘현주야, 오빠 오늘 머리 좀 잘 된 거 같지 않아?’
‘현주야, 오빠 오늘 코디 좀 어때? 괜찮아?’

그렇게 2달 정도 만났을 때였나요, 갑자기 현주가 한숨을 푹 쉬며 승훈이에게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오빠, 오빠가 단단히 착각하는 거 같아서 내가 말하는데 나 사실 오빠 외모에 반한 거 전혀 아니야.’
승훈이는 당황했답니다. 아니, 그럼 날 왜 만나지. 난 아무 것도 잘 하는 없는데..

그러자 현주가 말을 이어하더래요.
‘오빠, 우리 2번째 데이트때 여의도 CGV에서 어바웃타임 본 거 기억나?’
‘응 기억나지.’
‘그 때 점보세트 시켜서 영화 끝나고 콜라 많이 남았었잖아. 그거 내가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영화관 나가는데 오빠가 갑자기 콜라 갖고 화장실로 가더라?’
‘응, 근데 그게 왜?’
‘내가 그래서 콜라 버리실 거면 저 주고 다녀오세요라고 했는데, 오빠가 아 화장실에 콜라 좀 버리고 오려구요 라고 했었던 거 기억나?’
‘응 기억나지.’
‘내가 그래서 여기 버리면 되잖아요라고 하니까, 오빠가 아 콜라랑 컵이랑 같이 있으면 청소하시는 분이 불쾌하실 수도 있고 번거로우실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라고 했었잖아. 그 때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그 사소한 배려에 이 남자 참 괜찮구나라고 생각했던 거야. 사소한 것도 함부로 하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 쓰는 그 모습에 이 남자를 만나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거든.’

그러니까 승훈이가 현주와 만날 수 있었던 건, 콜라겐 마스크팩도 꼼데가르송 셔츠도 아닌, 소소하고 인간적인 배려였던 겁니다. 그 후로 승훈이는 외면뿐만 아니라,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내면의 장점을 잘 끌어내어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외면도 중요합니다. 자신의 신체적, 외모적 단점은 커버하고 장점을 부각시킨다면 상대방의 호감을 훨씬 더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외면만 있다면 그 관계는 일시적입니다. 결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없는 거 같아요.

관계의 시작은 외모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를 지속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건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배려인 거 같아요. 소인배(소소하고 인간적인 배려를 가진 사람)가 된다면, 분명 그 아름다움의 향기를 맡고 다가오는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