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종이에 행복이라는 그림을 그릴래요.

무전여행을 하며 느낀 점.

by 권민창

2016년 9월, 저는 재무라는 친구와 2박 3일동안 속초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을 했었어요.

어릴 때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무전여행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 계기는 별 거 없습니다.

‘지금 아니면 절대 못하겠다.’

그렇게 휴가를 3일 쓰고, 4박 5일 계획을 세워서 재무와 속초에서 만났습니다.

일인용 텐트도 준비하고, 히치하이킹을 잘하기 위해 스케치북과 싸인펜도 준비했습니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엔 둘 다 의욕이 넘쳤어요.

그런데 막상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하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괜스레 부끄럽고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소극적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서 있었을까요,

1톤 포터 한 대가 저희 앞에 멈추더라고요.

‘어디 가유?’

그렇게 그 아저씨와 함께 강릉까지 내려가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아저씨가 했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나도 학생들 만 할 때는 무전여행 꼭 해보고 싶었는데...’

아마도 아저씨는 가슴 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꿈을, 허접하지만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저희를 보며 30년 전의 자신을 투영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꼭 저 학생들이 계획대로 무전여행을 마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저희를 도와주셨겠죠.

‘학생들, 저는 강릉까지만 데려다 줄게요. 힘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잠시였지만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에 힘입어, 나중에는 4거리에서 PT체조를 하며 히치하이킹도 하고,

영월에서 저희를 히치하이킹 해준 형님에게 삼겹살과 소주도 얻어먹으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전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전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할 게 굉장히 많았습니다.

‘날씨가 너무 춥진 않을까?’

‘모르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하면 생각할수록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단 상황 속에 절 내던져보니 제가 생각했던 걱정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생각한 것을 행동에 옮겼다는 뿌듯함과 그 과정 중 제가 이룬 성취들이, 제가 인생이라는 큰 종이에 행복이라는 그림을 조금씩 그려나가는 풋내기 화가로 만들어줬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처음부터 인생이라는 종이에 행복이라는 그림을 그릴 순 없는 거 같습니다.

실패, 불안, 암담, 우울 같은 그림도 그릴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그림을 그리기 싫어 아무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면 결국 내 인생의 흰 종이에는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고 그려지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그림으로 뒤덮이지 않을까요?

힘들더라도 스스로 흰 종이에 물도 쏟아보고, 이상한 색깔도 칠해보며 나만의 그림을 그려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그렇게 한 장 한 장 종이를 그림으로 채워나간다면 결국에는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행복한 화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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