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관계에는 배울 점이 있다.

중학생에게 배우다.

by 권민창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중학교 1학년 정세호 학생입니다. 괜찮으시면 만나주실 수 있나요?'
이 주 전쯤, 네이버 메일로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직업군인의 꿈을 갖고 있는 세호라는 학생이었습니다.

제 2번째 책을 보고 거기에 적힌 네이버 메일 주소로 연락을 한 거 같았어요.
중학생의 연락은 처음이라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책은 예전에 읽었었는데, 최근에 직업인 인터뷰를 해야 하는 수행평가가 있었고, 마침 제가 생각나서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마중학교가 있는 고양시까지 가서 만나고 싶었지만, 저도 시간이 잘 안나서 만약 주말에 강남 근처로 오게 되면 꼭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세호와, 세호와 함께 온 우성이 경률이를 만났습니다.

'하나, 둘,셋! 작가님 바쁘실텐데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셋이서 조용히 숫자를 세더니 합을 맞추고 저에게 배꼽인사를 하더군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저렇게 앳되고 귀여웠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어리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들이 궁금했던 점을 저에게 묻고, 저는
세호와 우성이, 경률이에게 대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호의 꿈은 직업군인, 사격을 잘하고 좋아한답니다.
공책도 예비군인답게 국방 무늬입니다.
우성이의 꿈은 테니스 선수. 페더러를 좋아한답니다.
요즘 우리나라 테니스의 미래 정현이 잘 못해서 속상하다네요.
경률이의 꿈은 치과의사. 그런데 게임을 엄청 잘한답니다. 치과의사가 돼도 게임은 할거라네요.

왜 그 꿈을 갖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얼굴이 붉어지며 배시시 웃는 아이들.
너무 순수하고 대견했습니다.
고양에서 강남까지 오느라 많이 힘들었을텐데, 어떻게든 이 친구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성학생은 테니스 칠 때 언제 제일 힘들어요? 그리고 언제 제일 행복해요?'

그러자 우성이가 웃으며 말합니다.

'게임에서 질 때랑 다칠 때가 힘들고, 자기가 친 공이 상대방 코트 구석으로 들어가서 점수를 낼 때 행복해요.'

'인생도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좋은 스윙을 하는 최고의 선수들도,
땡볕에서 탈수증상을 느껴가며 힘든 스윙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겠어요.
부상도 찾아오고,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자신을 엄습했겠죠.
그러나 결국 그들은 본인들의 마음의 소리를 따랐고, 그 결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요.

우성, 세호, 경률학생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꿈이 수능 잘쳐서 명문대 가기, 20살에 공무원 합격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 지 알아보는 과정을 거쳐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늘의 이 시간이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의미있길 바라요.'

사진을 찍고, 또 숫자를 세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착한 세호,우성이,경률이.
'제가 더 고마워요.'라고 화답해줬습니다.

예전의 저는 세대가 다른 사람을 나이가 많고 강압적이다 싶으면 꼰대, 나이가 어리고 철 없다 싶으면 무개념 이라는 식으로 폄하했던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고, 또 그들이 살아왔던 세상을 고려하고 좀 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니 또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소통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조금씩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대화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오마중학교 학생들도 그렇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큰 그릇을 가진 청년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그들이 성인이 되고 제가 40대가 됐을 때, 여전히 오늘처럼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을 건강하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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