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해
초등학교 때 굉장히 친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연문이라는 친구였는데요.
하얗고 애교가 많아 남녀 가리지 않고 인기가 정말 많았죠. 그 친구와 맨날 붙어다녔던 거 같아요.
학교 끝나고 아폴로 먹으러 가고 피카츄 돈까스 먹으러 다니고. 용돈 좀 받으면 순대 먹고.
그 때 당시 순대가 고급진 음식이었거든요.(웃음)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6학년이 됐고, 졸업식이 왔습니다. 졸업식 때 펑펑 울었어요. 그 친구랑 헤어지기가 그렇게 싫었거든요. ‘야, 연문아 내가 꼭 연락할게. 우리 지금처럼 계속 보자!’ 절절한 순애보죠. 사랑보다 더한 우정. 그 때는 스마트폰도 없어서 연락을 메일로 했었거든요. 그 후에 메신저가 나왔어요. 처음에 졸업하고 한 달은, 1주일에 2번을 봤어요. 집도 되게 멀었는데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만나서 같이 밥 먹고 돌아다니고, 그렇게 놀았죠. 그런데 이 빈도가 점점 뜸해지더니, 중학교 가서는 연락이 아예 끊겨버립니다. 처음엔 엄청 섭섭했죠. 나는 정말 계속 보고 싶었는데, 이 친구는 날 그 정도로는 안 봤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또 중학교 다니면서 새로운 친구들 사귀고 하다 보니 저도 연문이가 마음 속에서 점점 옅어지더라고요. 그렇게 10년 정도가 지나고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게 됐어요. 근데 그 자리에 연문이가 있더라고요.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반가웠어요. 초등학교 때랑 똑같이 실없는 장난치고 놀았죠. 연락처를 받았지만 굳이 계속해서 만나려고 하진 않았어요. 변한 건 없었어요. 다만, 세월의 나이테가 그려지며 영원한 건 없다는 걸 느꼈을 뿐이죠.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모든 것을 언제까지나 소유하고 있으려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리고 상실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허사로 끝납니다.’
‘우리가 남이가!’ 맞아요. 우린 남이죠.(웃음) 남이기에 가지려는 소유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려놓으면 편해져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어요.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요. 상실에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깁니다. 기다릴 줄 알게 되고, 조급해하지 않게 돼요. 매일 보진 못하더라도, 가끔씩 술 한 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매번 연락하진 못하더라도, 생일에는 만났으면 좋겠다. 이 정도만 해도 얼마나 좋아요.
상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간, 여러분은 비로소 오롯이 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