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죽음에 대하여

by 권민창

안녕하세요. 권민창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소개드릴 책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입니다.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죽음 직전의 사람들 수백 명을 인터뷰해 그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받아 적어 살아있는 우리에게 강의 형식으로 전해주는데요, 사실 표지가 너무 올드해서 별로 보고 싶진 않았는데 아는 동생 한 명이 그렇게 추천하더라고요.

오빠가 이 책 안 보면서 어떻게 책을 좋아하냐고 말할 수 있냐고.

오기가 생겨서 보게 됐는데, 그 동생에게 아직까지 고맙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웃음) 책의 전체적인 요약보다는,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문장들을 소개하며 제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해요.


전문가가 봤을 땐 부족할지 몰라도 제 기준에 예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 있잖아요. 전공자도 아닌데 그냥 뭔가 다른 느낌. 노래를 배우지도 않았는데 아이유의 3단 고음을 힘들지도 않게 소화하고, 그림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흰 신발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서 연인에게 선물해줍니다. 제가 그렸으면 분명 헤어지자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건데, 이 친구는 그걸 그냥 예술로 승화시키더라고요.(웃음) 주변에 많은 친구들도 그 친구가 예술쪽으로 가길 원했어요. 그 친구도 직업이 있었지만, 꾸준히 SNS에 자기가 그린 그림을 올리면서 조금씩 유명해져갔죠. 저는 그 친구가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도 저렇게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렇게 한 2년 정도 연락을 못하다가 오랜만에 그 친구를 봤는데 예전에 걔가 아니더라고요. 눈이 되게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였거든요. 그런데 눈빛이 탁해졌어요. 살도 많이 쪘구요.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 얘기를 나누다가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그림은 뭔 그림이야, 살기 바빠 죽겠는데 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짓더라고요. 친구들 통해서 들어보니 그간 사정이 좀 많았더라고요. 가정 문제도 있고, 직업 문제도 있다보니 삶에 치여 자신이 진짜로 잘하고 좋아하는 걸 놓을 수 밖에 없던거에요. 저도 안타까웠는데 본인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인생수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니고,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육체적인 죽음만이 죽음이 아니라, 정신적인 죽음도 죽음이라는 거에요.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고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없는 삶. 그저 쳇바퀴 돌 듯이 사는 삶. 바라볼 무언가가 없는 삶.

삶은 하나의 기회이고 아름다움이고 놀이인데,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겁니다. 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불행이 아니라, 이를 수 없는 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불행인거죠. 저는 그 친구가 다시 연필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 친구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남들에게 보여줄 때였거든요. 그 친구의 해맑은 웃음을 다시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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