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하며 행동하지 말자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홍대입구역 근처 식당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식당 크기에 비해 사람들이 많았고, 화장실도 남녀공용 하나라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대기하는 중에 누군가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나왔고, 협소한 통로 때문에 그 분과 저의 어깨가 의도치 않게 부딪혔습니다.
저는 습관처럼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고개를 숙였는데, 그 분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화장실을 나와서 식당 속으로 사라지셨습니다. 어깨를 부딪친 후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편하더라고요. ‘아니, 자기가 먼저 부딪혀놓고 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안하지? 심지어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고 고개를 숙였는데?’
화장실을 다녀와서 친구 앞에 앉아서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자기가 먼저 부딪혀놓고 내가 먼저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무시하고 가더라, 이렇게 매너 없는 사람이 있나, 이건 아니지 않나 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친구가 듣다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너 사과 받으려고 습관적으로 먼저 사과 한 거야?’
친구의 그 말을 듣고 순간 흠칫했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말을 이어가더군요.
‘사과는 진심으로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 상황에서 네가 화가 나는 건 먼저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사과를 했는데 그 사람이 아무런 액션을 보이지 않았다는 거잖아. 물론 네가 화가 날 만하지.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종종걸음으로 빨리 너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는 거고, 뭐 엄청 급한 일이 있어서 부딪혔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사과는 좋은 마음에서 하는 건데, 무언가를 바라고 그걸 했다는 자체가 이미 너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 그냥 네가 미안하게 생각해서 사과했든 사과하지 않았든 그건 중요치 않지만, 그 사람이 그 상황에서 너처럼 똑같이 정중하게 사과할 거라는 기대를 하면 네가 더 불편하지 않을까? 부딪혔구나, 저 사람 아프겠다. 죄송합니다. 라고 생각하면 네가 할 수 있는 감정 표현을 자연스레 한 거니, 거기서 끝이지 뭐.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게 너에게 최선이지 않을까?’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했던 행동들과 말을 돌아보면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하고 했던 것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저 사람도 이런 행동들을 하겠지.’ ‘이런 말을 하면 당연히 이 정도 반응은 나와야 되는데?’라며 스스로 상대방에게 기대를 했던 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내가 예상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거고, 간간이 제 예상과 벗어나는 반응을 보였을 때는 그 사람에게 화가 나거나 제 감정이 불편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느껴서 진심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기계처럼 ‘이 상황에서는 응당 이래야 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고맙다, 생각해보니 내가 사과를 받기 위해서 먼저 사과를 했던 거 같아. 그래서 사과를 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불편했던 거고. 네 말을 들으니 조금 더 편해졌어. 앞으로는 그 사람의 반응을 기대하며 행동하고 말하기보다, 그 때 내가 느낀 진심들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할게. 그게 나를 위해서도 맞는 거 같아.’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하고 거기에 맞춰서 나의 반응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서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이 나왔을 때 실망하고 화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말들과 하는 행동들은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진심에 기반이 되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런 부분들이 참 어렵지만, 저를 위해서 그리고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변하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마음을 지키고 또 여러분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가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