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턱선이 아니라 사소한 배려
예전에 친한 친구놈이 페이스북에 봉사활동 다녀온 사진을 올렸어요.
근데 글쎄 그 친구 옆에 어떤 여성분이 너무 이쁜 겁니다. 하얀 피부 긴 생머리 가지런한 치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시냐고요? 남자는 0.6초면 스캔이 끝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 친구한테 엄청 빌었어요. ‘야, 개똥아. 내 저 분 제발 소개시켜주라. 잘 되면 니가 해달라는 거 다해줄게!’ 우여곡절 끝에 그 분을 소개받게 됐는데 세상에, 실물이 훨씬 이쁜 겁니다. 성격도 너무 좋구요.
소개팅을 하는 내내 파스타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내가 과연 이런 여신과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어떻게 애프터가 됐고, 몇 번의 만남 끝에 저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요.(웃음) 여신이와 연애를 하면서도 궁금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여신이가 절 만날 이유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연애 초기에 여신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여신아, 넌 오빠 어떤 점이 좋았어?’ 그러니까 여신이가 웃으면서 얘기하더라고요. '난 오빠 섹시한 턱선'
그런데 전 덜컥 그 자리에서 여신이에게 거짓말을 해버립니다. '여신아, 오빠는 얼굴 살이 안 쪄서 걱정이야.'
그런데 전 전날 뭘 먹고 잤는지 다음 날 누구나 알 수 있는 얼굴이거든요. 그만큼 얼굴도 잘 붓고 살도 잘 찌는 체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사랑하는 여신이에게 제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멋지고 잘 생긴 모습만 보여주고 싶던 거죠.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덜컥 헬스클럽에 등록합니다. 여신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선 섹시한 턱선을 유지해야됐었으니까요. 그런데 운동을 하다보면 여신이에게 연락이 오잖아요. '오빠, 뭐해?' 그럼 핑계를 댔어요. '아 오빠 지금 밥 먹어, 친구 만나, 비트코인하고 있어. 한강 가려고' 요런 식으로요.
그렇게 몇 달 정도 지났을까요? 여신이가 갑자기 저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뭔데? 라고 하니까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오빠 외모 자기 스타일은 아니었대요. 아니, 섹시한 턱선이 좋다면서 이게 무슨 말이야? 했는데 여신이가 말을 이어하더라고요.
'오빠, 근데 우리 처음 봤을 때 여의도 CGV에서 베테랑 봤던 거 기억나?'
'응, 기억나지.'
'우리 영화 끝나고 콜라 좀 남았었잖아.'
'응'
'근데 오빠가 나한테 콜라 버리러 화장실 좀 다녀올테니까 기다려주세요 라고 했던 거 알지?'
'응'
'그래서 내가 쓰레기통 여기있는데 그냥 버리면 되잖아요라고 했었는데, 오빠가 아, 콜라랑 컵이랑 같이 있으면
분리수거하시는 분이 힘들까봐서요 라고 얘기했었거든. 그 때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사소한 배려를 보고 아, 이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꼈어. 그 때 오빠가 좋아진거야.'
그러니까 여신이는 인위적이고 꾸며진 제 모습이 아니라 저도 몰랐던 제 본연의 모습을 사랑했던 겁니다. 물론 섹시한 턱선이 조금은 도움이 됐겠지만요.(웃음)
'진정한 자신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인간적인 자아를 존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때로 감추고 싶은 자아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포함해서.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선한 마음에 이끌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진정한 인간의 모습에 이끌리는 것입니다. 인위적이고 멋진 모습들로 진정한 자신을 가리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 자체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인 사람을 우리는 좋아합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요. 그리고 그 가면을 벗길 굉장히 두려워하구요.
'아, 내가 애니 좋아한다고 하면 나 되게 찌질하게 보지 않을까?'
'내가 대학 안 나왔다고 하면 나 되게 무식하게 보지 않을까?'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내가 가면을 벗었다고 내 곁을 떠날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내가 굳이 가면을 벗지 않아도 언젠간 내 곁을 떠날 사람이라는 거에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순 없어요. 간디도 테레사 수녀같은 성인들도 바보같이 착하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그냥 온전한 내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 인간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끌리는거거든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하늘 한 번 봅시다. 그리고 행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