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는 연습하기
제가 잠깐 와인동아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와인 특성상 있는(?) 분들이 많이 계셔요.
그렇다고 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구요. 무리해서 와인을 배우다가 지금은 주머니 사정상 배우지 않습니다.(웃음) 당연히 나이대도 꽤 있었죠. 그런데 그 모임에 정말 극단적으로 다른 두 분이 계셨습니다.
한 분은 매번 돈 자랑, 주식 자랑을 하시는 분이었고 한 분은 어린 저에게도 깍듯이 존댓말을 써주시며 예우를 해주셨습니다. 자신이 뭐하는지는 결코 밝히지 않으셨구요.
보통 6명 정도가 모였는데요, 대화의 흐름이란 게 있잖아요.
근데 이 주식아저씨는 매번 자신이 대화를 주도했습니다. 주식과 돈으로요. 오늘 이걸 샀는데 다 상한가를 쳤고, 오늘 얼마를 벌었다는 둥, 근데 이건 200% 더 갈거라는 둥.
아니 그렇게 돈 많이 버셨으면 와인이나 사시지 자기 자랑하느라 남들 시간 다 뺏으니 딱히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물론 거기 계신 다른 분들의 표정도 저랑 비슷했습니다.
반대로 깍듯한 아저씨는 항상 상대방의 대화를 경청해주셨습니다. 자기가 말할 법도 한데 말이죠. 그리고 주식아저씨의 대화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현명하게 끊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젠틀할 수 없었어요.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분이 되게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용기를 내서 몇 번 여쭤봤지만 끝내 웃으며 말씀은 안해주셨어요. 그런데 옆에 분이 저한테 그 분이 참 대단한 분이라는 얘기를 해주셨고, 저는 놀라기보다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잘생기거나 이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말 한 마디가 한 마디에 자신감이 있되, 자만심은 결코 느껴지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주면서도 자기 주장은 확실하게 하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고 알아가고 싶어집니다.
말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아는 것. 움직일 때와 움직이지 않을 때를 아는 것.
누구나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싶죠. 내가 어떤 직장 다닌다, 건물을 세웠다, 이성한테 인기가 많다.
그런데 이걸 자기 입으로 얘기하면 되려 역효과입니다.
현명한 사람들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게 해요. 언젠간 알게 된다는 걸 알거든요.
바다에 퇴적물이 쌓이듯, 그렇게 강인하고 고귀한 내면을 가지려면, 많은 경험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퇴적물을 쌓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쌓이다보면 저도 좀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