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감사해요
누군가 제게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전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할아버지라고 대답해요. 왜 존경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너무나 바르고 곧은 성품 때문이라고 대답했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는 저에게 뽀빠이였어요. 6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저와 동생이 팔에 매달려도 끄덕 없을 정도로 몸 관리를 철저히 하셨습니다. 시금치를 많이 먹어서 그렇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리지 않고 들을 정도로 할아버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신뢰했습니다. 약 20년정도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주변에서 할아버지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할아버지도 절대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지 않으셨죠. 항상 모두에게 친절하고 신뢰를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는 매사에 감사하셨던 거 같아요. 할아버지가 30년전에 친한 친구에게 2억을 사기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 당시 2억이면 지금으로 치면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 친구를 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돈을 갖고 있었으면 더 욕심낼 게 많았는데, 그렇게 안 돼서 다행이라는 겁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기가 찼겠죠. 2억이 무슨 애 이름인 줄 아나 하면서요. 하지만, 2억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가며 아버지를 잘 키우셨고, 결코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의 감사할 줄 아는 태도를 존경했던 거 같아요. 할아버지는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든요. 같이 밥 먹을 때도 정성껏 차려주신 할머니와 엄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매번 하셨고, 만나는 사람에게도 오랜만에 만나니까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매사에 감사한 분이셨죠.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풍족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순간 불평하며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내 업무가 아닌데 왜 나한테 주냐, 난 퇴근하고 할 일이 있는데 오늘 왜 야근을 시키냐, 소개팅에 나갔는데 왜 내 스타일이 아니냐. 아 이건 제 얘긴가요.(웃음) 그런데 조금만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왕 해야 될 업무라면 행복하게 하는거죠. 아, 새로운 분야를 배워서 뿌듯하네. 내가 일하는 방식에 활용 가능하겠다.
비록 내 스타일의 이성분이 나오진 않았지만 대화하다 보니 이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겹치네. 이성친구가 아니더라도 대화가 되게 잘 통하는 거 같아 나오길 잘 한거 같아. 이런 식으로요.
할아버지는 지금 많이 아프십니다. 암 수술을 하셨고, 최근엔 뇌경색이 오셔서 쓰러지셨어요. 또렷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할아버지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요즘은 말도 어눌해지셨어요. 그래도 전화만 하면 ‘민창아 많이 바쁘제? 바쁜데도 전화줘서 고맙다. 할아버지는 잘 지내고 있다.’ 라고 얘기해주십니다.
할아버지처럼 매번 감사하며,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