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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May 19. 2020

비가 월드스타인 이유

1일 7깡하세요.

‘오빠 이거 봐 봐.’ 최근에 친한 동생이 영상을 보며 웃고 있길래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었더니 영상을 하나 보여주더군요. 가수 비의 ‘깡’과 ‘차에 타 봐’라는 노래에 달린 웃긴 댓글 모음 영상이었습니다. 그 노래를 모르는 저도 사람들이 남겨놓은 창의적인 댓글에 크게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영상을 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댓글을 계속 보다 보니 비라는 가수가 걱정스러워졌습니다. 제가 아는 비는 항상 열정적이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가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로 만든 곡이라면 분명 거기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컸을 텐데, 이렇게 희화화됐을뿐만 아니라 많은 조롱과 멸시를 받게 됐으니까요. 


제가 만약 그 상황이 됐다면 두 가지의 방향을 생각했을 거 같습니다.

첫 번째는 더 이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무서울 거 같아요. 물론 연예인이 매번 대중들에게 평가받는 직업이긴 하지만, 15년 넘게 정지훈이라는 댄스가수로 쌓아놨던 최고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더 이상 누군가 앞에 저를 드러내지 못할 거 같아요. 


두 번째는 인지부조화에 빠져 확증편향을 내릴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내가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최고의 자리에 있었는데 너희들이 나보다 알면 얼마나 잘 안다고 그래? 꿋꿋이 내 갈 길을 가겠어.’라며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하는 거죠. 결국 대중들에게 외면 받고 자연스레 중심에게 멀어지겠죠.


하지만 비는 전혀 다른 대처법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민감하고 어려웠을텐데, 티비 프로그램에 나와 본인의 역린을 정면 돌파해버린 겁니다. 본인도 정말 많이 영상 보고 즐기고 있다고, 많이 봐달라고 얘기하죠. 그 모습에 알량한 자존심보다는 건강한 자존감을 갖춘 대인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비 프로그램이 나간 뒤,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비의 예전 영상을 가져와서 ‘비는 최고의 가수였다.’라며 비를 모르는 세대에게 직접 설명해주기도 하고, 저처럼 ‘힘들었을 텐데 본인의 치부를 정면돌파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계속 응원하겠다.’라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정말 민감한 문제를 직접 정면 돌파함으로써 분위기를 역으로 반전시켜 버린 겁니다.  


완벽할 것만 같았던 비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사람들은 오히려 비를 훨씬 더 응원하게 됩니다. 비는 본인을 내려놓음으로 인해, 대중들의 큰 호감을 얻었습니다. 무언가 잘못했다 싶을 때는 실수를 인정하고, 또 자신을 내려놓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보다는, 인간적인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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