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세요.
교대역 6번 출구 근처 스타벅스에서 여유롭게 책을 보고 있는데 바깥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쏟아졌습니다. 우산을 챙겨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집에 갈 때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도 잠시, 다시금 편안해졌습니다. 카페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오늘 특별한 일정이 없었기에 급하게 집에 가지 않아도 됐기 때문입니다. 창 밖의 빗소리가 감미로운 노래처럼 들렸고, 좀 더 운치 있게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 정도면 비를 맞으면서 집에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빗줄기가 약해졌습니다. 조금 있다 카페를 나와 기분 좋게 비를 맞으며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저는 제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일들을 미리 걱정했었습니다. 당장 엄청난 비극이 제 인생을 덮친 것도 아닌데, 덮칠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현재의 여유보다는 미래에 있을 안 좋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늘상 불안하고 조급해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상황이 다가왔을 때 내가 예상했던 비극이 사라지거나, 또 훨씬 더 작게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괜스레 걱정하며 마음 졸였던 그 순간들에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물론 미래에 대한 대비를 확실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장 최선은 장대비라는 비극을 맞지 않도록, 우산이라는 안전장치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겠죠. 그러나 우리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비극이 올 가능성이 있을 땐, 그 비극을 미리 두려워하거나 확대해석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다보면 비가 그칠 수도 있고, 또 맞아도 기분 좋은 보슬비로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