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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5. 2018

아날로그의 반격

실체

아날로그의 반격 - 데이비드 색스

작년 8월말, 첫 책의 원고를 작성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몇 백개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단 한 군데라도 연락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그 중에는
e-book으로 먼저 출간해서 추이를 보고, 종이책으로 출판을 하자는 곳도 꽤 있었다.

조건도 괜찮았지만, 전혀 끌리지 않았다.
내 기준의 책은 책장을 넘길 때 빳빳한 소리가 나는, 실체가 있는 것이었기에.

이 책의 저자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색스는 디지털 일변도의 세상에서, 작은 변화의 씨앗을 발견한다.
한 달에 일정한 금액만 내면, 전세계에 있는 모든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 사이에서
LP판의 재유행.
E-BOOK과, 전자노트 사이에서 다시금 역주행하는 몰스킨 노트와 종이책 같이,
9개의 큰 카테고리로 '아날로그의 반격'에 대해 얘기한다.

왜 굳이 소비자들은 불편함과 귀찮음, 그리고 비싼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아날로그'를 사용하려 하는걸까?
그건 바로 아날로그 자체가 '실체'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사물, 경험이 사라져가는 영역에서 실제로 느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재화'를 소유하는 기쁨.

아날로그는 우리에게 존재감에 대한 확신을 준다.
어릴 적 사진관에서 필름을 찾아오던 즐거움. 폴라로이드 사진을 흔들며, 내가 어떻게 나왔을 지 상상하는 즐거움.
노트를 들고 다니며 즉각즉각 그 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 그리고 사각사각거리는 기분 좋은 소리.

몇 분에 한 번씩 모바일 기기를 확인하고 몇 시간씩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여다보면서도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모든 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하루 정도 아날로그스럽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날씨가 참 좋다. 선선한 바람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맡았다.

온 몸의 감각을 열고 지금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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