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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5. 2018

우아한 인품

최고의 칭찬

1. 새로 이사 온 집 엘레베이터를 혼자 타면 괜찮은데 모르는 사람과 함께 타게 됩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갑니다. 층수를 누릅니다. 30초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핸드폰을 만지작거립니다. 문이 열리면 부리나케 튀어나갑니다.

2. 여전히 어색한 시간이지만 먼저 인사를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상대방도 어색하게 ‘네.’하고 대답해줍니다. 겨자색 티를 입은 제 나이 또래의 청년입니다. 제가 내릴 층이 되었습니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고생하세요.’를 외칠 준비를 합니다. 그러자 그 청년이 먼저 ‘수고하세요.’라고 말해줍니다. 눈을 마주치자 쑥쓰러운듯 고개를 돌립니다. 그런 거 아니야 임마.

3. 집 근처에 세븐일레븐이 있습니다. 저는 조금 더 떨어진 CU를 이용합니다. CU가 덜 불친절합니다. 적어도 물건을 사면서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라고 얘기해도 무표정. 계산 다 하고 감사합니다 라고 얘기해도 무표정. 과자와 물을 사면서 죄송한데 젓가락 하나만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절 아래로 휙, 그리고 위로 휙 훑어보더니 아니오.

모든 세븐일레븐 사장님이 제 친구 재원이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4. 부대독서모임을 하며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의미라도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 상대방이 느끼는 기분은 천차만별이라고.  ‘야, 경례를 왜 그따구로 하냐? 너 손 장애야?’ 보다 ‘경례가 잘 안 되는구나. 이렇게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거야.’라고 잡아줄 수 있는 선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욕하고 소리지르면서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준다고 멋진 선임 아니라고, 욕하고 소리지르는 순간 그 후임은 이미 너에게 마음을 닫을 거라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공감합니다. 따봉도 날려줬습니다. 30분 뒤 후임과 소파를 옮기는데 후임이 문 앞에서 버벅대자 소리를 칩니다. 그래.. 천천히 노력하자..사람 쉽게 안 변한다더라..

5. ‘민창아, 넌 우아한 인품이 가장 큰 장점이야. 그건 타고 나는 거라고 형은 생각하거든.’원주독서모임을 운영하며 참 힘들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플랫폼 자체를 운영해본 경험이 전무하고, 회비도 걷지 않으니 초창기에는 제 개인비용으로 충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걸 일일이 다 계산했더라면 지금의 ‘책으로 말하다’는 없었겠죠. 그렇게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재밌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 그걸로 행복합니다. 정말로요.

6. 집에 와서 칭찬을 되새김질해봅니다. 잘생겼다, 키크다, 몸좋다 라는 가벼운 칭찬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나도 저렇게 되새김질할 수 있는 칭찬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번에 그 형을 만난다면 ‘형은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에요.’ 라고 말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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