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강연을 하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무슨 책이 가장 좋았는지, 독서모임은 어떻게 참여해야되는지, 책은 어떻게 써야되는지 등등.
반복되는 질문들에 마주 하다 보면 좀 더 질문자의 입맛에 맞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된다.
가령, 20대 초반의 학생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나, 4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처음에는 둘 다 같은 책을 추천해줬지만, 질문이 거듭될수록 그 사람의 연령대와 환경을 지레짐작해서 적당할만한 책을 추천해준다.
(사실 굉장히 교만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뭐라고 책을 추천해준단 말인가. 그래서 ~를 읽어보시면 ~상황에서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은 권하는 느낌으로 얘기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원래도 글을 잘 쓰셨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난, ‘못 쓰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책을 읽고 생각을 표출하는 연습을 하다보니 좀 더 좋아진 거 같습니다.’ 라고 자신있게 얘기하곤 했다.
최근에 엔드라이브에도 없는 오래된 사진들이 그리워 싸이월드에 로그인했다.
그리고 과거의 내 실체를 마주하게 됐다.
그렇다. 난 지독한 노력파였던 것이다.
더 충격인 것은 이게 그나마 제일 잘 쓴 글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부끄럽지만 저장했다.
이 글이야말로 내 치열했던 2년과, 그 전의 간극을 확인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표출이다.
26살의 권민창과 29살을 한 달 남겨둔 지금의 권민창은 글의 깊이처럼 많이 달라졌을까.
‘원래 글을 잘 쓰셨어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전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