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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7. 2018

기대

하는 순간 실망하게 되는 것

어깨에 한정해 장애등급을 매긴다면, 난 1급이지 않을까?

약 6년 전, 주말에 하던 원주농구리그에서 상대방의 공을 뺏으려고 오른손을 집어넣었었다.

공은 정확하게 손에 들어왔으나, 상대방은 개의치 않고 공을 잡고 슛을 했고, 붙어있던 내 오른팔은 예상치못한 꺾임에 기괴한 소리를 냈다.

순간 눈 앞이 캄캄해졌고, 오른팔에 힘이 안들어감을 느끼고 오른팔을 봤다.
그 때 내 눈으로 확인한 내 팔은 끔찍했다.
어깨에 붙어있어야하는 뼈가 팔뚝 중간즈음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급한대로 부목을 하고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몸이 부슬부슬 떨렸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덜컹거림에도 신음소리가 나올만큼 엄청난 고통이었다.

겨우 도착한 병원은 주말이라 응급실밖에 운영하지 않았고,우여곡절끝에 어깨를 맞췄다.

단순탈골이 아니고 정도가 심했기에 다시 농구공을 잡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활동량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다시는 그때의 활동량으로 돌아갈 수 없다.

오른손이 뒤로 꺾이는 격렬한 리바운드나 상대방의 공을 오른손으로 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날 모르는 사람이 내가 농구하는 것을 본다면 굉장히 대충 한다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지난 5년간, 농구는 내 인생순위에서 많이 밀렸다.
금정중학교 흙바닥에서 다 떨어진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신고 매일 3시간씩 했던 중학교 시절에는 죽기 전까지 농구공을 튀길 거라 생각했는데.

농구에 대한 기대를
강제로 내려놓게 됨으로써 여유가 생겼다.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던 내가 한 달에 2번이라도 농구를 할 수 있음에, 오른손말고는 멀쩡한 몸에 감사하게 됐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웃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인생의 어떤 부분에 있어
과도한 욕심을 낼 때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바꿔줄거라 기대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았다.
친구들에게 그 사람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마치 뭐라도 되는양, 기고만장했고 교만했었다.

돌아보면 그 사람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굉장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지속될 수 없는 관계였다.

반면 기대를 내려놓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솔직하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았던 적이 많았다.

친구가 보내 준 법륜스님의 행복이라는 책에서도 나오는 구절이다.

기대 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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