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이름은빨강 Sep 22. 2020

이번 추석에는 쓰레기를 선물하지 맙시다.

알맹이보다 포장재가 더 많은 명절 선물, 좀 다르게 준비해 봅시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번 명절엔 어떤 선물을 구입할까 고민을 한다. 가족이며 지인들에게 할 명절 선물도 고민이지만, 회사에서 내가 맡은 업무 중 하나가 청소나 보안을 위해 회사에 들어와 일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챙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광고홍보물도 살피고 어떤 선물이 좋을지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엄도 쳐 본다. 예산의 제약 안에서 가급적 받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실용적이면서 참신한 선물을 고르느라 몇 날 며칠 고민한다.


그런데 올해는 조건을 하나 더 추가했다. 얼마 전 쓰레기 재활용과 관련한 올바른 방법 준수에 대한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썼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쓰레기 분리수거, 가족이 다 같이 해야 하는 이유).매해 명절마다 과대 포장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적어도 분리배출이 어렵지 않고 쓰레기 양도 적게 나오는 선물을 골라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민족의 명절을 맞아 뜻깊은 감사와 정성을 전달하려는 의미는 좋지만 내용물에 비해 과한 선물 포장은 갈수록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활폐기물 중 62%가 포장 폐기물이라고 한다.

심지어 어떤 상품은 내용물의 3분의 2가 포장재로 채워진다고 한다. 포장에 든 비용은 선물 가격과 배송비 상승을 초래하고 포장재의 쓰레기 처리와 환경 비용으로 전가된다. 쌓인 쓰레기는 또 다른 환경적, 건강적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다.


매년 명절 연휴 동안 쓰레기 분리배출 장소는 진풍경을 이룬다. 집안에 쌓아두기도 애매해 너도나도 내어놓은 음식물쓰레기는 물론, 선물박스와 포장용으로 쓰인 플라스틱과 스티로폼들이 산을 이룬다.

선물을 받을 때는 좋지만 뒤처리는 번거롭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의 대부분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명절 앞두고 지자체에서 마트 등으로 단속을 나선다는 보도가 보이고, 과태료도 발생한다고 하는데 판매대에 보이는 선물들의 포장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추석 앞두고 직접 가본 백화점,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 백화점 선물코너에 전시된 명절선물 친환경 포장 선물을 홍보한 백화점 선물코너에 전시된 선물 (과대포장과 무관함)              ⓒ 박은정


올해는 유난히 긴 장마와 연초부터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긴 시간 생활의 불편을 겪으며 어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황에 발맞춰 유명 백화점과 마트에서는 친환경 소재로 포장된 추석선물 준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해당 백화점과 마트에 가봤다. 언론 보도에서 친환경 종이재질로 포장한 과일박스와 선물들을 준비한다고 했기에 부러 찾아가 본 것이다. 일부 제품이 종이로 내용물을 고정할 수 있는 포장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제품들이 많아 보였다. 판매원들에게 문의해 보아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바퀴 둘러보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농산 및 수산물과 가공식품, 생필품 등의 선물을 보니 이중 삼중 포장의 수준이 조금 나아지고 일부 제품은 종이류를 사용한 선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단속의 힘일까? 필(必)환경 시대의 흐름일까? 그러나 아직 큰 변화가 보이지 않고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반적인 생필품을 대상으로 한 추석선물 상품은 얇은 플라스틱으로 제품들을 고정하고 다시 박스가 싸고 있는 식의 포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포장재가 종이라고 해도 코팅 여부나 종이 상태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할지 불분명하다. 또, 이중 포장에 파손 없는 택배 배송을 위한 상품의 추가 포장 문제도 남아 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였다.

지난 17일, 추석을 앞두고 택배기사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생필품 등을 구매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명절 특수까지 겹친 상황이었다.

수당도 없이 분류 작업까지 하는 데 따른 부당함을 알리고, 과로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정부의 개입으로 파업은 일단락되었지만 추석으로 인한 택배 물량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명절 선물의 과대 포장은 이들의 업무 부담 또한 가중시킬 것이다.

적은 선택지에 고민하며 배송 문제부터 고르기도 버리기도 번거로운 선물 대신 다른 방식의 선물을 떠올려 봤다. 흔히 하는 선물로 현금 또는 상품권이 있다. 받는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선물이기도 하다.

평소 가격 대비 비싸고 포장도 과한 선물세트 대신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상품권으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보내는 데 배송비는 물론 포장에 따른 환경적 부담과 인적, 물류적 문제도 없다.

커피전문점, 마트, 백화점 상품권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지역 상권에서 사용가능한 온누리상품권도 모바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모바일 구매 시 10% 할인에 연말정산 소득공제까지 되고 편리하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이번 선물은 상품권으로 해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법을 알아보니 선물할 상대의 전화번호만 알면 모바일로 쉽게 보낼 수도 있다.

선물을 고르더라도 가급적 과대 포장하지 않은 친환경 소재로 적당히 포장된 선물을 꼼꼼히 따지면 환경보호를 고려한 선물 문화를 만드는 작은 노력이 될 것이다. 포장 상태를 잘 살피고, 종이 같은 재활용 소재로 포장되었는지 확인하고 구매하며, 그런 상품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나는 이번에 방문한 마트와 백화점 고객상담실에 해당 의견을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가능하면 제품을 사지 않음으로써 선물 과대 포장을 방지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와 더불어 환경부도 기업과 유통업체가 과대포장을 지양하고 환경에 부담 없는 소재로 최소한의 포장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명절을 앞두고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여 소비자들이 과대포장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신의 노력이 세계를 바꾼다면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인터뷰 기사(관련 기사 : 코로나 시대에 화학물질 피하는 세 가지 방법)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쉽지 않지만 화학물질의 위해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단다. 그러다 지쳐 포기하기도 하지만, 아예 시도하지 않았던 것보단 낫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은 변화가 자라나는 아이들과 지구를 위한 길이라는 이야기다.

취미로 그림책 활동을 하면서 매주 그림책 한 권을 블로그와 브런치에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일들이 모이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다. 2019년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브뤼노 쥐베르의 <1초마다 세계는>이라는 작품이다.

이 책을 보면 1초마다 물건이 4000건 배달되고 가정에서는 쓰레기를 4000킬로그램 버린다. 바닷물 1만1000리터가 증발되기도 한다. 아주 작은 현상 하나하나가 모이면 엄청난 의미를 가진 수치가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선택하고 지속하는 일들과 이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모인 수치의 영향력을 명쾌하지만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명절, 과대 포장되지 않은 친환경 소재 선물을 신경 써 고르고, 가능하다면 포장과 배송 부담이 없는 다른 선물로 대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 작은 노력이 세계를 아주 조금 바꿀지도 모른다. 1초에 4000킬로그램 버려지는 쓰레기가 3999, 3998킬로그램으로 차츰 줄어드는 기적을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선택이 그 일을 조금 더 가까운 실현 가능한 미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오 마이 뉴스에 시민기자로 작성하여 발행된 글을 옮겨 실었습니다.

http://omn.kr/1oz62


매거진의 이전글 쓰레기 분리배출,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