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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음지킴이 깜냥 씨, 오늘은 어디냥?

<고양이 해결사 깜냥> 1~4권 / 홍민정 동화, 창비

대학을 언제 졸업했는지도 가물가물해지는 요즘에,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대학원을 한 번도 생각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부담스러운 학비와 일하면서 다시 공부한다는 것이 두려웠고,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원을 꼭 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지천명을 넘어 선 지금 대학원을 가게 된 이유는 나름 선명하다. 더 늦기 전에 공부하고 싶기도 했고, 나중에 '독서 심리 치유' 관련 일을 하고자 할 때, 대학원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곧 개강을 앞두고 저번 주에는 신발을 샀다. 다시 옛날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설렜다.


그리고 어젯밤에는 곧 만나게 될 과 사람들과 '독서 줌' 모임을 했다.

처음 참가하게 된 독서 모임의 지정도서는 요즘 아동도서에서 베스트셀러인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였다. 책 읽기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까지도, 왜 이렇게 '깜냥이 시리즈'를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파헤쳐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모임 전에, 다행히도 도서관에 <깜냥이 시리즈>가 모두 있어서 4권을 다 읽어 보았다.

1권 <고양이 해결사 깜냥,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2권 < 고양이 해결사 깜냥, 최고의 요리에 도전하라>

3권 <고양이 해결사 깜냥, 태권도의 고수가 되어라>

4권 <고양이 해결사 깜냥, 눈썰매장을 씽씽 달려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길고양이 깜냥 씨는 각 권마다 다른 장소에 나타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문제도 해결해 주는, 만능 맥가이버 고양이다.

1권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의 온갖 요구에 바쁜 경비원 아저씨를 도와, 아이들을 지켜주는 보모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많은 배달 물량으로 힘들어하는 택배 기사를 도와주기도 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절대 지나치지 않는, EQ 지수가 매우 높은 멋진 고양이다.


"내가 좀 멋진 고양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칭찬하면 좀 쑥스럽잖아? 그래도 칭찬은 들을수록 좋으니, 오늘은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깜냥 씨가 만약에 내 옆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작가 빙의, 상상해 보기>

어린이집 아이들이 견학 온 도서관은 아이들 목소리로 시끌시끌하다. 사서 혼자서 아이들이 찾아 달라는 책을 찾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때 도서관 문이 열리더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추운데 잠시 쉬어가도 될까요?"

"아이들이 많아서, 자리가 없는데..."

"괜찮아요. 시끄러운 아이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아이들 웃음소리는 좋네요."

고양이는 커다란 가방을 끌고 들어와 한쪽 구석에 세워놓고는 사서 옆으로 다가간다.

"뭘 찾는 거예요?"

"<강아지똥>이라는 그림책을 찾고 있어."

고양이는 말을 듣자마자 그림책이 가득 꽂혀 있는 서가로 가, 킁킁거리더니 단번에 <강아지똥> 그림책을 찾아낸다.

"오, 어떻게 순식간에 찾아냈니?"

사서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양이를 쳐다본다.

"아, 저는 책에서 강아지똥 냄새를 맡을 수 있거든요. 킁킁."

아이들은 고양이 주변으로 몰려와 같이 킁킁거리며 좋아하는 냄새들을 찾아다닌다.

꽃향기, 엄마 냄새, 피자 냄새로 가득한 도서관은 더없이 즐겁다.


반려묘 초코와 함께 산 지도 벌써 9년이 되어 간다. 언젠가는 우리 '초코'를 주인공으로 판타지 동화를 꼭 쓰고 말리라, 다짐하지만 현재까지는 마음뿐이다.

머릿속에서 커다란 개요를 썼다 지웠다, 하고는 있는데, 이 깜냥 씨를 읽으면서 '심리치유사'라고도 불리는 고양이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이야기에 재미있게 잘 섞여낸 작가의 재능에 놀라기도 했다.


"원래 책 같은 거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좀 봐도 될까? 고양이를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1권. p.25.)

깜냥 씨는 자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신은 관심 없는 척, 말은 시큰궁하게 툭툭 거리면서도 자신의 섬세한 마음을 감추지는 못하고 드러낸다.  홍민정 작가는 강아지를 키우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고양이의 특성을 잘 잡아냈는지, 멋지다.

나는 이 깜냥 씨의 말투를 들으면서, 말괄량이 삐삐를 떠올렸다. 천방지축 말괄량이 삐삐지만,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멋지게 해치우던, 내 어린 시절의 꼬마 친구 삐삐가 마음속에서 살아났다.


깜냥이 시리즈는 몇 권까지 나올까? 지금 시리즈 구성을 보면 작가의 샘솟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당분간은 마침표가 찍히지 않을 거 같다.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으면서 말이다.


초코야, 우리도 이제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 볼까?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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