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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상을 구원하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식물에 대한 책임식물세상을 구원하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20세기가 저물어가던 시절, 그때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같은 ‘지구 멸망’에 관한 이야기가, 곧 일어날 수도 있는 사실처럼 회자 되던 때가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관한 내용이 진지하게 다뤄질 때면, 나는 온몸을 경직시키고 뚫어지게 화면을 쳐다보면서, 스피노자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정말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던 첫사랑을 찾아가, “좋아한다.” 고백하고 죽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의 우려처럼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내 짝사랑 고백도 세상에 나와보지 못한 채, 마음 안에서 스러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3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지구 멸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세상 어디에서나 꺼지지 않는 횃불로 타올라 산림을 태우기 시작했고, 북극곰을 비롯한 많은 동물은 멸종 위기로 내몰렸고, 최근에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코로나-19‘라는 무서운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휩쓸면서, 수많은 사람을 피비린내 나는 거대한 입속으로 거침없이 빨아들였다. 겨우 위험한 숨을 잠시 멈춘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다시 우리를 거침없이 빨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2055년 가을독가스처럼 사람을 질식시키는 더스트라는 먼지가 지구를 뒤덮으면서 세상은 멸망했다

지구 멸망에서 새로운 지구 복원의 시대를 그려낸 <지구 끝의 온실>은 김초엽 작가가 모두를, 서로에게서 고립시켰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기를 거치면서 구상하고 쓴 작품이다. 청각장애인이기도 한 김초엽 작가는 과학을 전공했으며, 글 곳곳에 과학자로서의 전문성이 드러나 있다. 언제부턴가 내 몸의 일부 기능이 된 이명증이 나를 피곤하게 할 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청각장애에 침몰 되지 않고, 장애를 자기만의 예술 세계로 승화시키는 김초엽 작가를 생각하다 보면, 힘이 나기도 한다.     


식물이 세상을 구원하게 될 것이다

더스트라는 독성 먼지가 지구를 덮쳤던 2055년 지구는 멸망했다. 사람들은 숨을 쉬지 못해 무기력하게 죽어 나갔고, 일부 힘 있는 사람들은 돔 시티를 만들어 자기들 목숨만 연장하기에 바빴다. 서로를 증오하고 사냥하면서, 누군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악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지구 곳곳에는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안 공동체를 이루기도 하지만, 인간 존엄성이 사라진 시대에서는 오직 혼돈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주인공 아마라와 나오미 자매는 더스트에 면역력이 있는 내성종으로, 보호 장비 없이도 숨을 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피를 노리는 사냥꾼들에게 항상 쫓겨 다닌다. 우연히 내성종들이 모여 산다는 공동체 이야기를 듣게 되고, 목숨 걸고 찾아 나서게 된다. 여러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서야 겨우, 검은 숲속에 꼭꼭 숨어 있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더스트에 파괴되지 않은 공간 ‘프림 빌리지’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는 커다란 온실 속에서 식물만 연구하는 사이보그 식물학자 레이첼과 로봇 정비사 지수, 그리고 수십 명의 사람이 비밀리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었다. 지수는 레이첼이 개량해서 찾은, 오직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식물 모스바나에 대해 알게 되고, 이 식물로 다시 지구를 재건하자고 레이첼을 설득해 보지만, 레이첼은 ‘프림 빌리지’ 밖 세상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더스트 시대에 유일하게 보호 장비 없이도 숨을 쉴 수 있는 도피처였던 ‘프림 빌리지’는 곧 밖의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공격당하면서 공동체 사람들은 레이첼이 만든 식물 모스바나를 가지고서 세상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2062년 지구는 재건되기 시작했다. 다시 누구나,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읽으면서 기계 인간이 지구를 구할 식물을 지치지도 않고, 연구를 통해 찾아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눈앞의 생존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싸우고 있을 때, 사이보그 식물학자가 가장 인간다운 감정으로 지구를 구할 식물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코로나-19가 무섭게 세상을 휘몰아치던 2021년에 발간되었으며, 이 책을 읽는 내내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상륙했을 때 느껴졌던 그 두려움이 생각나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책 속에서 멸망했던 지구가 식물에 의해 재건된 것처럼, 2023년 현재는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KF94 마스크 없이도 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구를 지킬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가장 최전선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식물들을 격려하고 보호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는 모두 식물을 보호하고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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