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굴딩굴공작소 기획 프로젝트 '국제적으로 한술 더 떠' 6탄
언제나 공개모집이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들도 참가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에는 모두 9명이 참여했다. 이 중 한 명은 가족 여행 일정까지 조정하며 몇 시간 늦게 와서 이틀 빨리 가족에게 합류했다. 모든 일정을 함께한 인원은 8명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부산 사람 4+1명, 울산 사람 4명이다. 총 6회까지 진행하는 동안 가장 멀리서 합류한 사람은 강원도 영월이었다. 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인해 가장 핫한 동네다. 앗! 더 멀리서 합류한 멤버가 있다. 2024년에 대만으로 떠날 때 일본 가고시마에서 날아온, 우리의 막내 멤버 '아야리'^^
9명의 참가자들 모두 한 분야의 고수들이다. 가장 큰 도움이 되었지만 짧고 굵게 만나 헤어진 일본어 고수, 쇼핑 고수, 영상 고수, 수다 고수, 챙김 고수, 허당 고수 등등. 저마다의 장끼를 살려 여행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 줬다.
삿포로 여행 간다고 무작정 연락드려 염치없이(?) 얻어먹었다 ㅎㅎ. 한국에서 유학 와서 정착하신 한국인 교수님과 홋카이도 출신의 일본인 교수님! 두 분 모두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한국인으로서의 일본의 교육과 일본인들의 삶, 일본인으로서의 한국의 평생교육과 일본 사회교육의 비교, 현지인이 알려주는 홋카이도 여행 등 어느 하나 흘려들을 수 없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삿포로에 다시 와야 할 이유들이 쌓였다. 삿포로와 지속적인 교류를 상상해 보았다. 예전에 후쿠오카 사회교육 연구회와 교류를 한 적 있었다. 부산에서 가까운 지역이기에 자주 교류할 수 있을 듯했으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지속되지는 못했다. 삿포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교류의 장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교수님들께서도 다시 오시라 했으니 ㅎㅎ
매월 1회씩 만남을 갖고 있는 '여인네남정네(여기 인문학 있네! 남다른 정도 있네!)'의 아흔아홉 번째 만남은 여행 4일 차 '런케이션 알쓸평잡'과 함께 진행되었다. 알쓸평잡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루 종일 각자 가보고 싶은 곳을 다녀온 후 숙소에 모여서 수다를 나누는 프로젝트다. '여인네남정네'와 결합해 단순 수다가 아닌 배움이 함께 하는 수다를 나눈다.
삿포로평생학습센터, 문화센터, 홋카이도청, 삿포로 맥주 박물관, 홋카이도립 박물관 등 각자 가보고 싶은 곳을 선택해 다녀왔다. 혼자 다니기도 하고 중간에 만나 함께 다니기도 하고, 견학도 하고 쇼핑도 하고 맛집도 찾아가면서 하루를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었다.
저녁에 숙소에 모여 일본산 쇠고기 파티와 함께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수년간 함께 했던 멤버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분들 등 그간의 친밀도는 달랐지만 함께 여행하면서 다져진 호감은 수다를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 중 소위 '모난 사람이 없어 좋았다'는 한 분의 말씀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상황들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유쾌하게 웃고 넘기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수다에는 두 가지 철칙이 있다. 첫째, 어떤 말을 해도 웃는다. 둘째, 여기서 한 말은 여기서 끝낸다. 이 말은 어떤 말을 해도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서로 평가하지 않아야 함을 뜻한다.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어떤 말을 해도 웃었다. 모두들 진정한 교감의 고수들이었나 보다.
모두가 일본어를 못한다(일본어 잘하는 딱 한 사람은 늦게 합류하고 일찍 헤어졌다). 긴 시간을 걷기도 했다. 많은 인원이라 식당 잡기도 쉽지 않았다. 어쩔 수없이 팀을 나눠 이동하기도 했다. 여행은 일상이 아니기에 불편함 투성이다. 이 불편함도 여행의 맛으로 느껴야 여행은 비로소 여행이 된다. 그런데, 그 맛을 방해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사람이다. 누군가 불편함을 말하는 순간 여행은 여행이 아닌 고행이 되기 십상이다.
4박 5일 동안 인상 쓸 일이 없었다. 실수나 잘못을 해도 웃었다. 매일 밤 숙소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배움과 힐링으로 풍성하게 채울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한 9명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