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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공작소 Mar 16. 2023

싱가포르 여행 후기 3.
길 위에서 만난 이국적인 문화

국제적으로 한술 더 떠 4탄. 싱가포르 '길'

늦은 밤까지 진행된 첫 번째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둘째 날 아침은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했다. 따사로운 햇살을 포기하니 비 내리는 싱가포르 거리도 무척이나 운치 있게 느껴졌다. 오전 휴식시간을 끝내고 다시 장비(?)를 갖춘 후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로 걷기 시작했다. 


걷는 도중 갑자기 큰 비가 몰아쳐 남의 집 처마로 급히 피신하기도 하고 공사로 인해 막힌 길을 피해 빗물이 가득한 차도로 걷기도 하는 등 시작부터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갔다. 리틀 인디아는 첫날 느꼈던 싱가포르의 화려하고 웅장하며 깨끗한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복잡한 도로 위를 내달리는 차량과 인도풍의 의상을 입은 수많은 인파, 어지러이 펼쳐져 있는 노상물품 판매대, 코를 자극하는 향신료 향, 빽빽하게 들어선 형형색색의 건물 등은 인도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리틀 인디아 거리


단체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곳이어서 개별적으로 구경을 하며 각자 발견한 식당을 공유해 식사장소를 정하기로 한 후 일행들과 헤어져 이곳저곳 골목길과 상가, 아케이드 등을 배회하듯 쏘다녔다. 싱가포르는 물이 귀한 나라여서 음료보다 물이 더 비싼데 이곳은 물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시내보다 훨씬 쌌다. 인도 전통 특산품들도 즐비했으나, 오늘도 밤늦게까지 계속 걸어야 하기에 딱히 물건을 살 엄두는 나지 않았다. 아이쇼핑을 강제로(?) 즐기다 일행들이 정한 식당으로 가서 인도 전통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카레와 난, 탄두리 치킨 등 다양한 메뉴를 주문한 후 나온 음식을 보며 너무 많은 양을 주문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향신료 가득한 밥(메뉴 이름을 잊어버림)은 배부른 상태에서 입맛에도 맞지 않아 거의 먹지도 못하고 포기했다. 새로운 문화 체험도 좋지만 먹는 것만큼은 김치가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든든하게 먹어버린 점심식사는 부작용을 낳았다. 노곤함과 함께 어제의 피로가 같이 몰려와 '아랍 스트리트(Arab St)'에 도착했을 때는 피곤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일단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키노를 마시며 지친 몸을 재무장하려 했으나 다 함께 쉴 수 있는 카페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또 개별 투어를 진행했다. 아랍 스트리트는 또 다른 문화와 환경을 마주하게 했다. 히잡을 쓴 사람들,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들, 몸이 지치지 않았다면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뻔했지만 방전을 방지하기 위해 겨우 카페를 찾아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벌컥벌컥 마시며 카페인의 힘을 빌렸다.


아랍 스트리트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어 일행들을 다시 만났으나, 이번에는 휴대폰이 말썽을 부렸다. 모든 데이터가 먹통이 된 것이다. 유심칩이 문제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유일하게 한 명만 인터넷이 되는 상황이라 불안한 마음에 개별 투어도 멈추고 일단 숙소에 가서 잠시 정리한 후 '나이트 사파리(Night Safari)'로 가기로 했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숙소로 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심각해질 수 있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성격이 나오는 듯하다. 일부 일행은 직진 본능을 발휘해 무조건 숙소로 향하고 일부 일행은 예쁜 카페에서 일단 쉬었다 움직이고 일부 일행은 쇼핑까지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다행히 인터넷은 다시 돌아왔고 각자 스타일 대로 움직이다가 약속한 시간에 숙소에서 만나 그랩 리무진(연예인이 탈듯한 9인승)을 불러 '나이트 사파리'로 달렸다. 역시 한 곳에 모여 여유가 있어야 수다스러워진다. 30여 분 달려가는 동안 신나게 수다 나누며 박 STAR와 매니저도 생겼다. 


나이트 사파리는 한국에서 미리 '입장권+트램' 예약을 했기에 잠깐 줄 서 입장한 후 바로 트램을 탔다. 해가 막 저문 시간이라 그리 어둡지는 않은 상태에서 트램을 탔으나 투어 하는 중에 많이 어두워졌다. 코스별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은 없어 아쉬울 만도 했지만 일행들과의 수다로 투어를 만끽했고 어둑어둑한 길에서 갑자기 만나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싱가포르 여행 중 편안하게 앉은 채이동하는 투어가 처음이라 그저 신나기만 했다. 


너무나 대충 찍어버린 나이트 사파리 트램 투어


트램 투어가 끝나고 나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나이트 사파리' 투어는 지금 하면 딱일 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아쉬움이 밀려와 트램 승강장을 보니 줄이 없다. 앗싸!! 한 번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해 달려가 다시 트램을 탔다. 같은 코스를 도는데 완전 어둠 속에서 투어를 하니 또 다른 느낌이 들고 우리 앞쪽에 앉은 외국인들의 텐션이 장난 아니어서 즐거움이 더해졌다. 역시나 갑자기 나타나는 걷는 사람들은 적응이 안돼 깜짝 놀라는 건 처음과 마찬가지다.


트램을 두 번 타는 행운을 누린 후 배고픔이 극에 달해 숙소 근처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그랩 택시를 나눠 타고 도착했으나, 9시밖에 안 됐는데 모두 문을 닫았다. 길 건너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간단히 한 잔도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 10시 30분쯤 문을 닫는다기에 숙소 앞 버스 정류소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둘째 날 일정을 편안하게 마무리했다.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가득해진 밤이 되고 말았다.


국제적으로 한 술 더 떠 '길' 싱가포르 둘째날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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