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딩굴딩굴공작소 Jun 19. 2024

성인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이 뭘까?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토론회 참석 후기

2023년 평생교육법이 개정되면서 평생교육계가 많이 술렁이었다. 광역(시도평생교육진흥원 - 구군(평생학습관) - 읍면동(평생학습센터)으로 이어지는 평생교육 추진체계가 공고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평생교육의 6진 분류(혹은 6대 영역)으로 불렸던 제2조 평생교육 정의에 '성인 진로개발 역량 향상교육'이 추가되었다. 평생교육 현장과 깊이 있는 논의 없이 갑작스레 추가되었기에 개념 정의에서부터 현장 분석 등 그 어느 하나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평생교육법 제2조 제1항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해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말한다
평생교육법 제7장(성인 진로교육) 제40조의 3
평생교육기관, 대학, 「진로교육법」 제15조에 따른 국가진로교육센터 및 같은 법 제16조에 따른 지역진로교육센터는 성인 진로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오늘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2024 부산평생학습상담센터 운영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 부산광역시 성인진로교육 활성화 및 협력방안 모색]은 준비되지 않은 평생교육계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대한 생각을 몇 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이 무엇이냐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 진로는 무엇이며, 개발은 또 무엇인가? 진로개발... 진로개발역량은? 개념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면 결국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오늘 토론회에 평생교육계 인사(시청 담당자 또는 진흥원 관계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지 못한 점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부산시 노인복지과 주무관이 소개한 '부산광역시 신중년 생애재설계 지원사업'을 들여다보면 이미 성인진로 관련 사업은 타 부서 및 타 영역에서 추진하고 있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성인진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우선되지 않는다면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은 타 영역과 대등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에 대한 개념을 현재 6대 영역과 어떻게 구분하여 핵심 가치와 의미를 도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오늘 토론회에서 주로 다뤄진 성인진로에 대한 현황은 직업과 연결된 것들이다. 이는 직업능력 향상교육에 해당된다. "진로 = 직업"으로만 인식한다면 굳이 성인진로개발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무엇에 대한 진로의 개념에서는 사회적 역할 및 사회공헌도 이야기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평생교육을 비롯한 사회 각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연결하는 진로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여 고유의 특성과 가치를 만들어야만 7대 영역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을 어디에서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토론회가 부산평생학습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 운영 활성화 토론회다. 이는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성인진로개발과 관련된 교육을 이 상담센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시청이나 진흥원 평생교육관계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면 꼭 묻고 싶었었는데...!! 과연 현재의 상담센터에서 가능할까? 시쳇말로 감당할 수 있을까? 기조강연을 해주신 신민선 교수님의 고민 - 진로교육법, 국가진로교육센터, 지역진로교육센터와의 관계, 화학적 결합 등 무수히 풀어야 할 숙제 - 은 정말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핵심적인 지적이다. 기조강연을 비롯해 주제특강, 주제토론에서도 기존 영역 및 사업과의 연계를 공통적으로 강조한 이유가 분명하다. 상담센터가 해낼 수 있을까? 그만한 시스템과 인력, 재원,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넷째,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을 평생교육은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을까? 광역노후준비지원센터 운영 사례에서 제시한 "진단 - 상담 - 교육 - 연계 - 사후관리" 이와 같은 단계는 성인진로개발의 기능적 프로세스로 제시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평생교육은 "진단 - 상담 - 교육"까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음 단계인 "연계 - 사후관리"는 평생교육 영역이라 할 수 있을까? 평생교육에서도 일자리 창출(취창업)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평생학습도시 재지정 평가 지표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닐진대 너무 강조 아니 강요되고 있어 현장을 어렵게 만든다. 성인진로를 직업과 과도하게 연결시키면 성인진로개발도 이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 고민은 타 영역과의 대등한 연계가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이상의 생각은 깊이 있는 분석이 아닌 평생교육사로 평소 갖고 있던 생각들이기에 오해 혹은 몰이해의 요소도 분명 있겠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해소되지 못한 의문과 답답함의 정도라 할 수 있다. 한 번의 토론으로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기에 향후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차원에서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계속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한국고용정보원 임정훈 부연구위원이 주제 특강에서 제시한 "적응, 고도화, 협력과 조정"의 의미다. 하나의 제도와 정책이 바뀌었을 때 현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나름의 논리적인 관점을 정립해야 하고 그에 맞춰 정책과 사업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것 같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는 아쉬움도 있지만 새로운 배움과 다음에 대한 기대를 갖는 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성은 작가님의 '어른의 평생공부 습관'을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