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드문 일을 하고 있어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삶은 무의미하지 않아요.

by MYNO

누군가의 글을 읽었어요.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고시원에서 일을 하며 홀로 살아가는 30대 남성의 이야기요.

그런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인생이란 왜 사는 걸까? 삶이란 무엇일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근원적인 궁금증을 가져보게 돼요.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생명체는 없어요.

태어나졌을 뿐이에요.

태어났으니 사는 거죠.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건 뭘까요?

아마도 죽음이겠죠.

'태어남'을 당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인생이란 건 죽음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누구나 태어났듯이,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으니까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의 어느 대담이 인상 깊었어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삶보다 죽음이 훨씬 일반적이라는 거예요.

더 정확히 말하면 무생물이 훨씬 보편적인 상태라는 거겠죠.

삶이란 오히려 이상한 현상이에요.

이상한 현상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바로 무생물화, 즉 죽음이겠죠.


우리는 이 '정상적인 상태'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니, 누군가에게 시달리면서 일을 해야 하죠.

부처님이 말씀하신 '인생은 고통'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 봐요.


일본의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출연한 코다라는 다큐멘터리도 떠올라요.

그는 당시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역에서 망가진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조율되지 않아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는 녀석이었죠.

사람들은 보통 피아노를 공업적인 힘과 압력으로 억지로 고정시켜요.

그렇게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소리를 만들어내요.

하지만 조율되지 않은 소리야말로 더 자연스러운 거래요.

조율이란 건 어쩌면 고통의 과정일 테고, 삶도 그럴테죠.


제가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단순해요.

인생이란 결국 죽음을 최대한 늦추는 과정이고, 그 자체가 삶이라는 거예요.


자아실현, 부, 명예… 모두 다 이 원론적인 과정 속에서 생겨난 부산물일 뿐이에요.

그러니 아르바이트를 하든, 공사장에서 일을 하든,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든,

사는 것 자체가, 먹고 살기 위한 행동 자체가 이미 인생을 사는 거예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삶은 무의미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죽음을 최대한 늦추는 — 우주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일을 매일 해나가고 있으니까요.

MYNO


작가의 이전글보석은 많은데, 돌멩이는 더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