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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 Sep 17. 2023

아이슬란드 Day5

230526, 블루라군-레이캬비크 입성

스키르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들어 슬픈 5일차 아침.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요거트 질감을 사진에 담아봤다. 우리나라 회사 어디라도 이거 제발 수입 좀 해주시면 좋겠다. 덴마크 유제품은 이미 인기인데 이제 아이슬란드가 블루오션입니다만~이라고 pt 하고픈 마음. 프로틴 함량 무려 17g이라구욧!! 단백질 음료도 유행이자나욧!!!

ㅠㅠ 그립다정말

일어나자마자 먹은 스키르는 아침 아니라고 치고,

한국에서 사 온 비비고 단팥죽이랑 벼노사 출신 주인아주머니가 구운 파운드빵, 오렌지주스, 노랑 멜론으로 아침을 먹는다.

단팥죽 엄청 맛있어보이네

아침 산책을 하기로 했다. 워낙 비가 오락가락하는 아이슬란드. 살짝 내리는 비는 촉촉한 정취를 더욱 끌어올린다.


어제는 못 봤던 셰퍼드 한 마리가 워낙 친근하게 다가와서는 우리랑 놀아주기 시작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오더니 던지라고.. 재롱떨고 앵기고, 아주 이쁜짓을 마구마구 날린다.

이름 까먹어서 미안해

그러고는 갑자기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 숙소에 포함된 서비스인것마냥…

<개와 아침 산책하세요! 늠름한 셰퍼드가 투숙객과 놀아주고 뒷산 등산로를 안내해 드립니다!> 서비스 인클루디드.


앞서 가다가 멈춰 고개를 뒤로 돌려 우리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또 앞서 총총총 산을 오른다.

아니면… 우리가 양인 줄 알았을까…? 양치기 개의 본능이랄까.


절벽과 가까워질수록 태곳적 자연의 모습이다. 잔디가 푹신하고 촉촉한 데다 경사도 보기보다 완만해 금방 중턱까지 오른다.

이 정도면 됐다 하고 저 폭포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는데 사진을 보니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나랑 사진 찍어줘서 고마워

아래로 내려와서 숙소 건물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사세가 확장하는지 집 한두 채를 더 짓고 있었다. 아저씨 서너 명이 나무집을 손으로 짓고 있는 모습을 봄.


길에 이런 표지석인지 비석인지 모를 돌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사람 옆모습이 보인다. 더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도 얼굴이 하나 보인다. 머리 벗겨지고 수염 난 소크라테스 할아버지.

이집 사장님네도 엘프를 믿나보다

아이슬란드 국민의 오십퍼센트가(무슨무슨 대학 조사에 따르면… 믿거나 말거나) 엘프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 돌이나 나무 등 자연물을 보고 엘프가 보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도처에 돌이 널렸으니 여러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도 같고, 둘러싼 건 사람밖에 없어 할일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우화 같기도 하다.


어느 지역에선 새 도로가 나는 길목에 엘프 마을이 있다고 하여 주민들이 반대 운동을 폈고, 결국 도로를 삥 둘러 만들었다고도 한다. 엘프 거주지역을 수백 년 동안 개발하지 못하도록 한 법도 통과됐다고 한다. 세계테마기행인지 걸어서 세계속으로인지에서 보았던 토막 상식.


오십 퍼센트까지 아닐지라도 단 1%만의 믿음일지라도 이를 존중하고 도로 노선을 변경하는 이나라 사회란? 놀랍도록 순진하고 고도로 민주적인 사회가 아닌가라는 생각 잠깐.. 근데 솔직히 말이지!! 남한 만한 크기의 아이슬란드 땅에 인구가 35만 명 밖에 안 사는데, 도로를 이렇게 놓든 저렇게 놓든 다 상관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저게 되지….

다시 짐 싸기. 어제 넘 재밌었던 Icewear 가게에서 샀던 실을 늘어놓아보았다. 색감 미쳤엉…

싱글베드+싱글베드

넘 좋았던 숙소 더 가라지 안녕… 다음엔 여기서 3박 한다 꼭!

비를 뚫고 주유하시는 남편님. 우비를 입고 무적이다!


블루라군Blue Lagoon으로 향했다.

수없이 봤던 블루라군 입구. 관광객 핫플인 만큼 관광버스도 몇 대 들어서 있고, 주차장 바로 앞 짐을 보관하는 곳도 따로 만들어 두었다.

실제로 봐도 포스가 상당한데 특히 들어가는 내내 양쪽으로 쌓인 돌들이 뭔가 특별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우리는 미리 구매해 둔 프리미엄 패스로 입장을 했다. 프리미엄에는 수건, 가운, 머드팩 3개 체험, 음료 한 잔 교환권 등이 포함돼 있다. 이용해보고 든 소감으로는 기본 패키지에도 수건이랑 머드팩 1개, 음료 한잔은 포함돼 있으니 뭐 굳이 프리미엄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가기 전엔 가운도 꼭 있어야 될 거 같고 머드팩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고.. 그랬다는 이야기….


머드팩은 네 개 중 세 개를 선택하는 거였나 그랬는데, 일단 처음엔 검정색 현무암 머드 질감인 스크럽?같은 걸 골랐다.


두 번째는 여기서 젤 유명한 하얀색 실리카 머드. 아 이거는 좋다는 느낌이 바로 왔다. 얼굴에 바르고 10분쯤 있다 씻어내는 건데 담그고 있는 물에 씻어내도 되고, 눈이 따가운 사람들은 수돗물로 닦아낼 수 있게 머드팩 station 옆에 수도꼭지도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아뉘 온천물이 좋아서인지 정말 보.드.라.운. 피부완성.


마지막은 초록초록한 조류.. 무튼 Algae 마스크였는데 안티에이징 효과라길래 퍼주는 직원한테 나도 모르게 “와우 안티에이징!” 하니까 이 친절한 아이슬란드인… “유 돈 니드 잇!”이라고 말해줬다. 이런 거 왜 기억나…? 어쩔 수 없지. ^^

이런 사진 찍으러 가는 거 아니냐며…


여기 가서 사진 찍으려 면세점에서 방수팩까지 구매했었으나 왼쪽과 같은 결과가 나와버림.. 뭐 나름 느낌 있어 그래. 근데 우리 둘 다 물에서 휴대폰 들고 다니는 게 도통 거추장스러워서 빨리 사진 찍고 휴대폰을 치워버리기로 했다.

가위바위보로 락커에 두고 올 사람을 정했는데 내가 졌다. 난 착했다. 덜덜덜 떨면서… 다녀왔다.

다 놀고 나오면서 카메라 한 컷.


구매 고민의 시간.. 실리카 머드 넘넘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하나에 10만 원… 4개 사면 30만 원이긴 한데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시내 상점도 있다길래 계속 가물거리면 레이캬비크에서 사기로 하고 일단 패스.

나중에 결국 공항에 면세점에서 샀다. ***여러분 면세점에서 사세용**** 공항 터미널 내 대합실같이 생긴 아주 중앙 정말 잘 보이는 자리에 스토어가 있다. 훨씬 쌈!

4개 샀더니 하나에 6만 원 꼴 됐나 보다. 나 하나 갖고 엄마, 시어머니, 시누이 노나드림.


엄마가 써보더니 너무 좋다고 어떻게 또 살 수 없냐고.. 아이슬란드 가는 사람한테 부탁 좀 해 보라며… 내 것도 걍 엄마 달라고 하심. 근데 아직 안 드렸다.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면서 한컷!


이제 레이캬비크로 간다. 가는 길이길래 눈여겨봤던 피쉬앤칩스 집을 하나 내비에 찍었다. 케플라비크 공항 근처에 있는 Issi fish and chips.


첫날 공항에 도착해서 차를 빌리고 처음 갔던 보너스 근처다. 아.. 여행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팠다.

피쉬앤칩스 대박.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주심다. 원래는 이걸 고대로 들고 가서 레이캬비크 숙소에 안착한 다음, 운전자고 뭐고 우리 둘 다 ‘공평하게’ 맥주랑 같이 먹으려 했었다.


그런데 냄새가 너무 환상적이라서 바로 차에 앉자마자 한입 먹어버림. 이성 끈 붙들고 반 남겨서 숙소 갔는데 많이 식지도 않았고 맥주랑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그야말로 인생 피쉬앤칩스!


배를 좀 채웠으니 마시러 나가기로 했다. 남편이 너무 힘들어서 걷고 싶지가 않다길래 정말 숙소 3분 컷 tap house를 찾았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마이크로 바Micro Bar

이때가 한 8시정도?

바 자리에 앉아 맥주를 시키는데 제법 도시에 온 느낌이 났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곳 도시 인구는 얼마라고? 23만 명..


바텐더가 친절했다. 약간 sour한 생맥을 선택했었던 것 같다. 플라이트를 먹어볼 걸 후회하고 낼 다시 오겠다 하고 나왔는데 또 가진 않았다.

첫날 공항에서 산 맥주가 꽤나 남아있었기 때문.

맥주병 밑 댕강 짤라서 만든 조명이 맘에 들었다

약간 알딸딸해진 우리는 살짝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고, 아주 귀여운 레인코트 가게를 발견!


대부분 9시나 10시에 열지만 어쩔 때는 일찍 7시에 열기도 하고 며칠은 12시나 1시에 늦게 열기도 해. 5시 반 아님 6시에 닫긴 하는데 또 4시나 5시에 일찍 닫을 수도 있고 아님 11시 12시까지  하기도 해~~~ 이것이 아이슬란딕 유모어인가?

넘 귀엽다

토르 막대 병따개 같은 기여운애들 파는 기념품 가게와 실 파는 기념품 가게..


지금 와서 보니 왼쪽에 있는 디스크 모양 저 실이 아이슬란드 특산품 같은 건데(꼬아놓지 않은 실. 양모 그대로 뽑은 거) 저걸 샀어야 했다. 그래도 나름 아이슬란드 실인 Lopi 분홍이를 두 볼 쟁여옴!  


소소한 쇼핑 좋았다.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에서 둘째 밤이 이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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