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5, 베스트라혼 보고 서쪽으로
정말 만족스러웠던 하이호스텔!
일어나자마자 간단한 아침을 먹고 점심도시락을 만들었다. 핫도그 만능소스와 치트키는 양파후레이크!
체크아웃하면서 한 컷. 신기하게도 이날도 트윈베드였다. 정말 신기하단 말야…
회픈에서 동쪽으로 20~30분만 살짝 드라이브하면 도착할 수 있는 베스트라혼Vestrahorn-스톡스네스Stokksnes가 목적지다.
동쪽으로 향하니 눈이 부시다.
사진에서 길 바로 앞에 있는 파란색 쉼터&뷰포인트 간판을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구먼… 링로드를 돌다 보면 곳곳에 저런 표지가 있어 차를 세우고 풍경을 볼 수 있다.
베스트라혼을 보는 건 바이킹 카페Viking Cafe에서부터 시작된다. 바이킹 카페를 내비에 찍고 가면 된다.
이곳에서는 베스트라혼 산 아래에 있는 바이킹 빌리지, 검은모래 해변가 등을 들어갈 수 있는 패스를 판다. 이곳이 무려 사유지라서다. 입장료가 인당 1000isk(1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일단 카페에 갔으니 커피부터 한 잔씩, 했는데 참 커피 값에 또다시 놀랐더랬다.
카페 한쪽에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뜨개모자가 바로 눈에 띄었다. 안 그래도 비싼 아이슬란드 물가, 핸드크래프트면 훨씬 더 비싸다. 사고 싶었는데 사지 못하고 사진만…
이런 패턴 어떻게 뜨는지 아시는 분.. 그냥 겉뜨기 소문자 v들 세 코, 대문자 V가 한 코 이렇게 이어지는데… 그냥 걸러뜨기 하면 되는 걸까??
처음 나오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단 바이킹빌리지로 걸어가는 중.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난리였다. 사진만 보면 참 고요해 보인다.
저기 산 아래 쪼꼬만 건물들이 보인다=바이킹 빌리지.
도착하자 이런 막사 같은 건물들이랑, 지어진 연도가 언제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3층짜리(?) 건물도 눈에 띈다. 뭐가 막 어지럽혀져 있는데, 자연스러움을 추구한 고도의 계산된 인공미(???).
사진엔 없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공룡 골반뼈 꼬리뼈 같은 게 흩어져 있기도 한데, 질감이 너무 과학시간에 배웠던 숭숭 구멍 난 뼈 모양이랑 비슷해서 깜빡 속을 뻔했다는 후문..
말을 풀어놓고 풀 뜯게 하는데 참 팔짜 좋다. 정말 아이슬란드에서는 말과 양이 최고 상팔자다. 인구보다 많다고 한다..
윈도우 배경화면 재질로 사진 한 컷 찍어봤다.
그걸 찍는 나, 를 찍어준 건 남편
다시 차를 타고 쭉 해변가 쪽으로 가면 둥그런 가스 저장소처럼 생긴 빌딩이 하나 나오는데, 나토 레이더 기지였다고 한다. 지금은 임무를 다한…
무튼 그 앞에 차를 대고 검은모래 해변으로 향하는 중.
검은모래 사구에 풀이 자라서 희한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풀이 있어도 사실 모래는 어마어마하게 날린다. 이놈의 아이슬란드 바람이란..
불꽃이 타오르다가 겁자기 검은 돌이 되어버린 듯한 모양? 저 오른쪽 뒤에 보이는 봉우리 세 개는 동물 발톱 같기도.
황량한 지구 끝 같은 풍경. 우리 말고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다. 너무나 좋았다. 나의 아이슬란드 원픽!
원래는 이곳에 밀물이 차면 반영사진을 찍기 아주 좋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우유니라고도 불린다는데, 물때 시간에 맞춰 가지는 못했다.
바람에 날려온 돌인지? 모래사장에 팍 박혀 물 빠진 흔적을 보여주는.
예뻐서 돌 몇 개 주웠다. 아이슬란드에 좀처럼 못 볼 것 같은 화강암처럼 생긴 조약돌도 발견됨.. 머야머야 신기해. 넌 어디서 왔니
바람 실컷 맞았으니 간식 먹어야 한다. 날리는 모래바람을 뚫고 차로 피신 성공해서 먹는 핫도그 역시 꿀맛이요.
요기하고 이제 서쪽을 향해 달린다.
요쿨살론 지나 피얄스요쿨Fjallsjokull에 잠깐 멈췄다.
빙하 위 뭉게뭉게 구름. 눈사태가 나고 있나, 그렇지만 상당히 고요했음. 사람 없고 좋았다.
지난번 도로 폐쇄로 발이 묶여있었던 카페 바트나요쿨도 다시 만나고,
오면서 봤던 검은모래 지대도 다시 지나치고..
비크에서 살짝 배를 채운 뒤, 저녁거리를 사서 대망의 숙소(! 뒤에 계속)로 들어가기로 했다.
큰 마트인 크로난에 주차를 했는데… 어라? 엄청난 크기의 아이스웨어Icewear 매장이 눈앞에 나타나고야 만 것이었다! 운명처럼… (지갑 열리는 소리)
일단 들어가 보자.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아이스웨어만 입나 본데(거의 다른 브랜드 이름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하는 추측), 가격이 이런데 어떻게??? 물론 핸드니티드 제품이긴 한데… 스웨터 하나에 32,999isk(33만원). 기념으로 하나 살까도 잠깐 망설였지만.
실을 사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실은 정말 비싸지 않았다. 우리나라 실이 왜 그토록 비쌌던가 생각하게 만드는 가격 정도? 100% 울 50g이 4000~5000원 꼴.
왼쪽 니트처럼 짜려면 10볼 이상은 사야 했지만 매장에서 도안 찾고 소요 그람수 같은 거 계산하기가 귀찮았다. 그냥 소품 뜰 요량으로 몇 개 집어서 옴.
남펴니는 우비에 꽂혀서 냉큼 구매하셨다는 이야기도. 한쿡에서도 잘 입으셔야 할 텐데^-^
지난번 보고 지나쳤던 더 수프 컴퍼니The Soup Company에 들어가 보았다.
여기는 ‘아이슬랜딕 라바 쇼’라는 걸 하는 곳과 붙어있는 식당이었다. 안쪽에 틀어져있는 영상을 보니 라바 쇼가 뭘 하는 건지 대략 알 수가 있었다.
고온에 돌을 녹여가지고 산처럼 생긴 모형에 부으면 뻘건 용암이 흐르면서 굳는 걸 보는 거였다. 아 상당히 흥미가 생겼으나 모형을 굳이 보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온 지금 아이슬란드에 리틀리 흐루투르 화산이라는 데가 분화했다고 하는데 그걸 못 봐서 너무 분통하다는 것은 안비밀ㅠㅠ
맥주 플라이트처럼 여기는 수프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있었다. 차례대로 버섯-토마토-치킨 수프였던 듯. 입맛엔 역시나 토마토수프가 제일. 치킨수프는 다 아는 밍밍한 삼계탕맛.
근데 신기한 건 둘이서 하나 시켜도 되냐 했는데(어글리코리안 아님 정중하게 물어봤당) 오브콜스 물론이고 심지어 이 메뉴는 리필도 할 수 있는 메뉴라고 했다. 뭐야 아이슬란드 민심 후하네… 인상적이었다. 수프는 뭐 평타정도였고, 빵과 버터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레이니스피랴Reynisfjara.
검은모래 해변에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고 멋진 해안동굴이 있다.
이름은 모르겠는 촛대바위 같은 것도 운치를 더한다. 바람이 매우 센데 사람들이 다 혼비백산한 듯하게 찍힌 것 같다. 파도에 휩쓸려갈까 봐 해안 근처에도 안 간 쫄보 여기요;;
해안절벽 안에 동굴이. 밑둥 잘린 주상절리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천장이 자유로운 육각육각육각형 모양
막 뛰고 싶게 만드는 해변이었다. 청춘영화 재질
꼭 이런 포즈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남편님… 우비가 참 잘 어울리시네요.
저 멀리 보이는 디르홀레이는 굳이 가지 않았다. 내 몸무게에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바람에 날려서 절벽에서 떨어질까 무서웠기 때문..
그리고 도착한 우리의 숙소 더 개러지The Gargage.
산기슭에 있는 작은 목장 옆 숙소였다.
뒤로 보이는 절벽과 폭포가 기깔난다.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남자 사장님네 가족이 대대손손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여자 사장님은 레이캬비크에서 일하던 변호사인데 sick of being a lawyer 해서 접고 남편이랑 이곳에 정착했다고.
시크한 매력을 풍기시는 이 여자 사장님은 로비에 앉아 열심히 뜨개질을 하신다. 저 뜨개질 진짜 좋아하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포스가 있으셔서 말을 제대로 걸지 못했다.
브이로그 재료 만들겠단 의지로 요리하는 영상 찍어봄(캡쳐). 작고 귀여운 주방이 있었다. 올리브유 소금 후추 설탕 비니거 등등 없는 게 없는.
크로난에서 사온 시즈닝된 소고기를 굽고, 야채랑 마늘을 곁들였다.
냄비에 있는 건 오뚜기 삼분카레에다 냉동채소 팩을 넣어서 끓인 한국+아이슬란드의 맛 카레!!
스테이크가 맛있어 보이지만 맛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냥 양이나 닭 같은 걸 구워 먹을걸 그랬나 보다. 아이슬란드에서 지나가면서 소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명심했어야 했다;;ㅎㅎㅎ 그래서 타다키 마냥 잔뜩 시즈닝 된 고기를 판 거였어…
저녁 먹고 한참 맥주 마시고 이야기해도 지지 않는 태양.. 문 열어두면 싱그러운 바람이 들어오는 최상의 숙소였다.
남표니가 산 룬문자 카드로 블랙잭 알려줬는데 룰이 겁나 쉽네 껌이네 하면서 곧잘 했었다. 근데 뭐 또 금방 까먹어버림. 내가 그렇지 뭐… 하고 잠이 들었다. 아이슬란드 나흘차 성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