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도 남는 것들
2025년 여름,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한동안 베갯잇에 눈물을 적시는 날들을 보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마다 장소와 무관하게 눈물 버튼이 눌러져 원고를 쓸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들은 떠올리기만 해도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오는 어떤 조각들의 묶음이다. 수도 없이 꾹꾹 눌러져 단단한 결정체가 되어 버린 기억들.
어느 순간 알아차렸다. 이제는 놓아주어야 하는 어떤 기억들을 털어내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털어낸다는 것이 잊어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두고두고 곱씹어 맺힌 응어리들을 누구도 읽지 않을, 하지만 나만은 분명 계속 읽고 또 읽을 기록으로 책장에 꽂아 두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절대 들키지 않을 비상금처럼.
그렇게 옷깃을 여미며 종종거리고 걷는 계절이 된 지금, 이제는 삶의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위해 가장 깊은 서랍 속에 욱여넣어두었던 페이지들을 꺼내보려 한다. 미래의 내가 또 다시 만날 비상 상황에서 요긴하게 복기할 수 있도록.
이리저리 흘러가는 시간 속, 짧게 남긴 단상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