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관계가 정리되고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하루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이혼 후 처음으로 하루가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짧은 질문 뒤에 하루가 진짜 물어보고 싶었던 말들이 무엇인지 알았으므로.
"사랑해서, 사랑했으니까 결혼했지. 그런데, 하루도 학 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싸울 때도 있잖아? 엄마랑 아빠도 그래. 지금은 함께 하기 어려워서 따로 지내는 거야."
그렇게, 하루는 지나가던 말이었던 듯 다른 일상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하루의 친할머니가 나도, 아빠도 모르게 하루의 학교에 찾아갔다. 지난 금요일, 학급 회의 시간에 하루가 발표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선생님께서 하루의 머리를 마이크로 살짝 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연락했다는 선생님의 전화에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까지 수없이 전화를 돌려야 했다.
착각이었다. 그 모든 일들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그저 더 이상 폭풍우가 불지 않기를, 어떠한 자연재해가 몰아 쳐도 나는 피해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나를, 그리고 우리를 지킬 수 없다. 엄청난 무력감이 밀려들어왔다. 내가 지키고 있는 것은 맞았을까. 지금의 상황이 하루를 그리고 나를 지키는 방법이 맞긴 한 걸까.
(2025.06)
하루가 태어나고도 수도 없이 의심했다.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에게
사랑은 무엇인지 다시금 물어본다.
사랑이란, 존재와 존재가 겹치는 일-
굳이 하는 모든 것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
이미 하고 있음을 알 수밖에 없는 것
(202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