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의 바운더리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생각을 쓰는 밤

by 묘연한삶

때론 그런 일들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

가장 가깝거나 가장 오래 함께한 사람에게도 말하기 힘든 생각들.


그들이 나의 이야기로 인해 나보다 더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든,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고 귀찮게 여겨져서이든, 혼자이고 싶은 날이 있다. 이것은 절대적인 혼자일 수도, 내가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르는 낯선 이들이 가득한 새벽의 24시 카페 안에서의 군중 속 고독일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저마다의 선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생각보다는 그 선이 꽤나 빠듯하게 그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틈이 참 좁은 사람인가 보다.


마침 비까지 오는 이런 우울하기 딱 맞은 날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기 힘든 날엔,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나를 잔잔히 공감하게 하는 라디오와 책 속으로 숨어들고 싶다. 그리고 나의 글이 내가 알지도 못한 새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 이상 마음에 어떠한 요동도 치지 않았으면 한다. 멈추어 있고 싶지 않다는 불안도, 스스로 무언가 이루어 내고 싶다는 욕망도 다 버리고, 잘 해냈다는 인정도 필요 없이 그냥, 비워내고 싶다.

(2018)





동기 코치님의 초대로 바운더리 워크숍에 다녀왔다.

막연히 사람과 사람 간에는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기준은 누군가가 그 선을 넘었을 때 진정으로 알게 된다. 강력한 시그널은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는 괜찮지 않은지 그 희미한 스펙트럼 안에서 바운더리의 패턴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괜찮은 것과 괜찮지 않은 것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정직하다면, 두 사람 모두 누군가가 괜찮지 않은 선을 넘었다는 것을 종종 알 수 있습니다.

(20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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