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연하게 존재할 자유
사람 몸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였구나.
한 달 만에 겨우 다시 찾은 요가 수업.
요가 선생님도 아닌, 다른 회원들을 보며 느낀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건 부자유한 거구나.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힘들어 보여요.
힘들면 쉬어도 괜찮아요”
사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은지
어느새 또 일주일이 지났다.
예전 유럽 여행 때 대마초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호기심에 유혹당한 적이 있다. 그런 나를 접게 만든 한국 유학생의 말,
“마약도 한다고 다 느낌이 나는 게 아니라,
호흡법을 알아야 한대. 마치 겉담배, 속담배처럼 말이야”
처음이 어렵지 어느새 익숙해지는 구름과자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공황 증상도 다를 바 없다. 몇 년이 흐르고, 맨 처음의 공포가 무색하게 점점 더 숨 가쁨에 익숙해진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을 때에도 상대방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숨기는 것이 가능해질 정도로. 요령껏 잠시 숨 쉴만한 쉬어가는 틈이 생기는 건가 보다.
한 번 뚫린 길의 감각은 막히지 않는다.
함께 안고 살아야 하는 친구가 생겼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나를 막듯 감정의 폭탄들이
나를 휘감는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날.
(2024.05)
바람 또한 쉬지 않고 신경을 자극한다.
그러한 날엔 나만의 ‘19호실’을 찾아 자리를 잡고 한껏 나를 놓아본다. 선한 일을 놓고, 약한 일을 놓고, 그리고 선과 악이 뒤섞인 것들을 놓고 서로 다투는 세상에서 조금 벗어나 생활 속에서도 숨어들 수 있는 곳. 혹은 조금 더 먼 어딘가. 자극 없이 숨 쉴 수 있는 곳.
loneliness , solitude 두 단어 모두 한국어로는 고독(孤獨) : 외로울 고 / 홀로 독으로 풀이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는 꽤나 큰 의미의 간극이 있다.
나의 언어 세계에서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loneliness : 외로움
solitude : 고요한 유희
19호실의 수잔은 아내도, 엄마도, 정원이 딸린 큰 저택의 안주인도 아닌 ‘익명의 존재’가 되길 원했다. 수잔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 누구도 모를,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었다. 그저 무엇으로 정의될 이유도, 증명할 필요도 없는 존재의 자유를 원했을 뿐이다. 수잔과는 다른 길을 걷기 위해 나는 작게 도망쳐 자발적 고립 안에서 한 줌의 숨을 찾는다.
(20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