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날 _에피소드 2
여행 첫날_에피
From Mom's Heart
복잡한 감정 속에서 마주한 NYC 캠퍼스
뉴욕에 처음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 도시를 아주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미리 많은 것을 준비해서 딸아이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그렇게까지 준비하지 못한 것이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여행이란 아무리 준비를 해도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지 않은가. 오히려 이곳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마주치는 풍경 속에서 즉흥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일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가 NYC 한가운데 위치한 대학 캠퍼스를 지나게 되었다. 순간 딸아이에게 익숙한 이름이 떠올랐다. 그녀의 영어 화상 선생님이 다니는 학교였다.
"여기가 선생님이 다니는 학교야. “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마음속은 그렇지 않았다. 괜스레 뿌듯한 기분도 들었고, 동시에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나도 모르게 딸아이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길 바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가 혹시 나의 욕심이 아닐까? 아이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뉴욕의 높고 화려한 건물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유를 품은 듯한 캠퍼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는 학생들, 벤치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바쁘게 오가는 이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려 애썼다.
"엄마, 이 학교가 그렇게 좋은 학교야? “
딸아이가 물었다. 나는 잠시 말을 고르고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이곳이 뉴욕에서도 유명한 대학 중 하나라는 것, 많은 학생들이 꿈을 가지고 이곳에서 공부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성공이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까지.
내가 말하는 동안, 캠퍼스 안팎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이들은 여유로웠고, 어떤 이들은 바빴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이렇게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워싱턴 스퀘어에 도착했다. 캠퍼스 근처에 있는 이곳은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었다.
분수대 근처에서는 거리 공연이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듣고, 손뼉을 치고, 어떤 이는 춤을 추기도 했다. 반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쉬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뉴욕은 언제나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지만, 이곳만큼은 그 속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우리도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따뜻한 날씨에 잘 어울리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천천히 녹여 먹었다. 딸아이는 작은 한입을 베어 물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여기 좋아! “
나는 딸아이의 말에 조용히 웃었다. 내 마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이와 함께 온전히 여행을 즐기고 싶었다.
아이스크림이 달콤했다. 햇살도 따뜻했다. 내 곁에서 아이가 웃고 있었다.
뉴욕은 그렇게, 늘 예상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들을 선물하는 도시였다. 그리고 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 소중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새겨가고 있었다.
Through Daughter's Eyes
NYC대학, 워싱턴 스퀘어 파크
마음을 진정시키고 우리는 NYC 대학으로 향했다. 사실 대학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그 옆의 공원이 끌렸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미국 하이틴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바로 그 분위기였다. 잔디밭에 돗자리 없이 누워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떠는 학생들, 체스를 두는 할아버지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연인들까지 모든 것이 마치 미드 속 한 장면 같았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풍경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아 꿈을 꾸는 듯했다.
공원의 중심에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서 있었다. 길거리 음식을 꼭 하나쯤은 맛봐야 한다는 생각에 쿠앤크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한 입 베어 물자 달달한 맛이 온몸을 감싸며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뉴욕 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공원으로, 미국의 역사적 인물인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그래서인지 공원 한가운데 워싱턴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고, 동상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 길이 나 있어 마치 그를 위한 공원처럼 보였다.
곳곳에서 발견한 그라피티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도 벽화는 흔하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무 곳에서나 그라피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라피티를 대하는 문화적 차이도 흥미로웠다. 미국에서는 그라피티를 하나의 예술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분위기지만, 한국에서는 공공장소에 낙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삶의 방식이 있는 만큼 문화적 시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내가 한국에서라면 구조물에 그려진 그라피티를 보고 ‘남의 재산에 낙서하다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니 또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면 나 역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라피티에 대한 인식도 그런 예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첼시 마켓
다음으로 간 곳은 첼시마켓이다. 처음 첼시 마켓으로 들어섰을 때 미국의 재래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손님과 가게 주인이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를 듣다 보니 정겨운 분위기가 풍겼다. 마침 할로윈 시즌이 다가오고 있어 시장 전체가 할로윈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아직 할로윈까지 열흘 정도 남았지만, 이미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할로윈이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빨간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흑인 두 분을 보았다. 체격이 크고 강인한 인상 때문인지 살짝 위축된 채 지나가려던 찰나, 그들이 참이슬 소주병을 따는 모습을 보았다. 소주잔에 술을 따르고는 ‘크으~’ 하며 시원하게 마시는 모습이 꼭 한국 사람 같았다. 순간, 괜히 경계했던 것이 죄송스러웠다.
엄마와 이 이야기를 나누자 엄마는 예전엔 미국에서 한국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한국 제품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했다. 말로만 듣던 ‘한류’가 실제로 이렇게 생활 속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걸 경험한 순간이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
미국 마트
첼시 마켓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는데, 이때부터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몸이 시차를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는 13시간 차이인데, 여행을 무리 없이 즐기려면 비행기에서 충분히 자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거의 눈을 감은 상태로 저녁을 먹고, 근처의 동네 마트에 들렀다.
겉보기엔 평범한 동네 마트였지만, 내가 미디어에서만 보던 온갖 미국 간식들이 가득해 신기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비주얼만큼이나 단맛도 강할 것 같았다. 혀가 아릴 정도로 달고 지방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미국인의 췌장이 크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덜 달아 보이는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 골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여행 첫날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