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덟째 날_에피소드 1
From Mom's Heart
딸과의 여행이 이제 정말 끝나가고 있다. 우리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보스턴으로 향했다.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자, 미국 독립 혁명의 발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뉴잉글랜드 6개 주의 중심이자 가장 큰 도시로, 하버드대학교와 MIT, 버클리 음대, 보스턴 칼리지, 보스턴 대학교 등 수많은 명문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교육과 지성의 상징 같은 도시에 가게 되었으니, 한창 공부할 아이를 둔 엄마로서 본능이 저절로 발동했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하버드대학교를 딸과 함께 방문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좋은 학교를 직접 보여주면 아이가 조금은 더 공부에 동기를 갖지 않을까 하는, 어쩌면 다소 순진한 기대도 슬며시 올라왔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의 바람일 뿐, 아이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세계 최고 명문대라 해도 딱히 감흥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아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유현준 교수가 언급했던 독특한 건축 구조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하버드 올스턴 캠퍼스에 있는 “Science and Engineering Complex(SEC)”는 비탈진 지형을 따라 설계된 최첨단 교육·연구 시설로, 외관부터 내부까지 눈에 띄는 구조를 자랑한다. 특히 계단식 강의실이나 유려하게 꺾인 건물 외벽은 방송에서 본 것 그대로였다. 아이는 이 건물을 실제로 마주하자 눈을 반짝이며 “이거 TV에서 봤던 거랑 똑같아!” 하고는 신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부보다 오히려 공간과 구조,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 풍경이었던 셈이다.
하버드를 둘러본 뒤 우리는 보스턴 도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도시답게, 보스턴에는 유럽의 분위기를 닮은 붉은 벽돌 건물들과 고풍스러운 거리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18세기 독립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고, 현대적인 고층 건물과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이라 불리는 붉은 선을 따라 걷는 길은 인상 깊었다. 미국 독립운동의 주요 장소들을 연결한 이 길은,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 교과서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 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퀸시 마켓(Quincy Market)”에 들렀다. 기대했던 것보다 날씨가 꽤 쌀쌀해 따뜻한 실내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마켓 내부는 복잡하게 얽힌 상점들로 북적였고, 중앙 통로를 따라 다양한 음식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일정상 우드버리 아웃렛에 들러야 했기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아쉽게도 서둘러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드버리 아웃렛은 뉴욕 북부에 위치한 미국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넓은 부지에 200개가 넘는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는 쇼핑의 성지 같은 곳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실용적인 스포츠웨어,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매장이 늘어서 있어,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쇼핑객들로 붐벼 활기가 넘쳤고, 곳곳에서 쇼핑백을 한 아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이와 함께 리바이스 매장에 들렀을 때였다. 우연히 같은 디자인의 청바지를 고르게 되었고, 서로 마주 보며 웃다가 결국 똑같은 청바지를 하나씩 구입했다. 사소한 일이지만, 함께 같은 옷을 고르고 입는 그 순간이 뜻밖의 추억이 되었다.
이날은 이동 거리도 어마어마했고, 여기저기 들른 곳도 많았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고, 보고, 느끼느라 몸은 꽤 피곤했지만, 우리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향해 다시 뉴욕으로 향했다. 이번엔 뉴욕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여행의 마지막 밤, 도시의 불빛 속에서 또 어떤 감정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감이 다시 피어올랐다.
Through Daughter's Eyes
이날은 보스턴으로 향했다. 보스턴은 미국의 동부 도시 중 하나로 하버드, 예일 등 유명 아이비리그 대학교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단연 보스턴에서의 나의 관심도 하버드이기도 했다. 이제는 하버드라는 이름이 명문대학교의 상징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더더욱 궁금해지기도 했다. 여행 일정을 따라 하버드를 한번 둘러보게 되었는데 사실 딱히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여행 전의 설레는 마음과는 다르게 이미 여행의 막바지이기도 했고 사실 대학교를 둘러본다는 게 나에게는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보스턴의 쌀쌀한 날씨를 즐기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유명한 존 하버드의 기념동상을 보았다. 그의 동상의 오른쪽발을 만지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다는 낭설이 있어 관광객들이 만지고 간다고 한다.
실제로 관람객들이 많이 만져서 동상은 발 부분만 닳아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뉴욕의 황소 동상이 생각이 났다.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동상으로 황소 동상의 특정 부위를 만지면 부를 가져다준다는 속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만지고 간다고 하는데, 뉴욕 시내 관광 중에 본 적이 있다. 비슷하게 닳은 두 동상을 보면서 대체 이런 소문이 어디서 생긴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우드버리에 갔다. 우드버리는 미국의 대형 아웃렛으로, 그곳에 가면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된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쇼핑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실제로 본 우드버리는 내 상상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아예 한 브랜드가 건물 한 채를 쓰는데 이런 건물이 약 250개 이상이었다. 실제로 우드버리에 입점한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 브랜드를 비롯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폴로, 코치 등과 같은 다양한 명품 브랜드까지 종류가 매우 많았는데, 지도를 보며 폴로, 나이키 등 우리가 아는 브랜드들로만 돌아다녔다. 미국과 한국의 사이즈 차이가 심하고 스타일도 너무 달라 쇼핑은 포기하고 그냥 구경하기만 했다. 우드버리에서 느낀 미국과 한국 아웃렛의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의 아웃렛은 큰 하나의 건물을 여러 브랜드들이 나눠 쓰는 구조인데 반해 미국은 한 채의 건물을 다 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브랜드의 색이 더 잘 나타났다. 실제로 평수도 더 넓기도 하고 조명이나 노래 같은 세부적인 사항들을 브랜드에서 조절하다 보니 그 브랜드의 특색이 보였다. 그런 측면에서는 우드버리가 신선했지만, 아무래도 한국의 스타일이 브랜드를 찾거나 이동하는 게 편리해서 쇼핑을 위해서는 한국 스타일로 설계된 공간이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