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퀘벡의 기억

여행 일곱째 날

by 첨예하니

From Mom's Heart

여행이 어느덧 종반을 향해가고 있다.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날, 날씨는 아쉽게도 좋지 않았다. 비가 내렸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관광을 이어갔다.

보통 퀘벡 투어에서는 올드퀘벡을 중심으로 샤토 프롱트낙 호텔, 쁘띠 샹플랭 거리, 퀘벡 주의사당, 다름 광장, 퀘벡 노트르담 대성당, 목 부러지는 계단, 그리고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를 둘러보게 된다.

퀘벡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하는 도시답게, 건물들 대부분이 프랑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구시가지를 거닐다 보면 터널이 눈에 띄는데, 이는 전쟁 중 날아드는 포탄을 피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건물과 아기자기한 거리 이면에도, 어김없이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람이 사는 모든 곳에는 그렇게 전쟁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구시가지를 좀 더 여유롭게 걸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날씨는 끝내 우리 편이 아니었다. 그래도 가이드는 “한국인이라면 꼭 가야 한다”며 도깨비 촬영지로 우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딸아이의 반응은 무덤덤했고, 나 역시 큰 감흥은 없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에게 그 드라마는 허락되지 않은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드라마’, 즉 이야기의 힘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우고, ‘폭삭 속았수다’를 보면서는 늘 자신을 대문자 T라며 똑 부러지게 말하던 아이가 눈물을 글썽인다. 그렇게 이야기는 어느새 마음을 흔들고, 때로는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Through Daughter's Eyes

이날의 퀘벡의 거리를 즐겼다. 때마침 눈이 왔고 눈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쁘띠 샹플랭 거리를 걸으려고 했지만... 정말 너무 추웠다. 진짜 말로 못할 정도로. 아직 11월 초였는데 한국에서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날씨였다. 입김은 기본이고 머리카락도 얼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다 보니 손이나 얼굴 등이 완전히 얼어서 오히려 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더해 설상가상으로 눈은 녹으면 물이 된다. 퀘벡을 구경하는 내내 진짜 엄청난 추위와 눈으로 인한 찝찝함을 달고 살았다. 따뜻한 물이 너무 절실했다. 그래도 퀘벡은 캐나다에서 가장 예쁜 도시라 할 정도로 볼거리가 자자했다. 먼저 노엘 가게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곳이다. 외관이 너무 예뻐서 반했던 곳이다. 정작 크리스마스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이없으면서 웃겼다.


[출처 https://blog.naver.com/chockobee/221480051018]

또 도깨비에 나온 거리를 비롯해 샤토 프랑트얄 호텔등 여러 곳을 걸어다니며 구경했는데 춥기는 했어도 정말 사진 하나는 잘 나오는 곳이었다. 만약 여행을 온다면 인생샷하나는 꼭 가져갈 수 있는 곳이다.

퀘벡을 뒤로하고는 다시 미국을 넘어가기 전 국경 면세점에 들렸다. 그래도 기념품 하나는 챙기자 해서 고른 게 메이플 시럽과 메이플사탕이었다. 메이플 시럽은 한국에서 돌아가 요거트, 팬케이크 등에 야무지게 곁들였고, 사탕이 여행 내내 입이 심심하지 않게 해 주었다. 특히 아메리카의 엄청난 기름진 음식에 기함하던 나에게는 달달한 사탕이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는데 빨리 먹었다.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미국-캐나다 지도를 보았다. 정말 큰 사이즈라 우리의 여정을 되짚어보았다. 뉴욕에서 시작해 워싱턴, 나이아가라, 토론토, 몬트리올, 퀘벡까지 정말 멀리도 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1000km가 넘는 길이었다. 그곳에서 조금 뿌듯하긴 했다. 캐나다로 넘어올 때처럼 미국으로 넘어갈 때에도 가볍게 여권만 보여주고 국경을 통과했다. 이번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한국의 까다로운 심사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는 이번에도 컬처쇼킹했었다.

저녁으로는 미국에서 유명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파이브가이즈에 갔다. 그곳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게 되어있었는데, 여행을 가던 2023년만 해도 내 기억에는 한국에 키오스크 상용화가 지금처럼 활발하진 않았던 것 같다. 굳이 해봤자 맥도널드 정도였는데 이곳에도 키오스크가 있었다. 특이한 게, 한국처럼 정형화되었다기보다 메뉴들이 키오스크에 자유롭게 흩어져있다. 또 세트를 시키면 음료를 선택하는데, 음료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그냥 보편적인 사이다, 콜라, 환타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여러 맛들이 있다. 예를 들면 자두맛 환타, 체리, 라즈베리, 라임맛 환타 등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복숭아 맛을 선택했는데, 음료를 따르는 방법도 신기했다. 음료 따르는 기계가 아예 키오스크에 붙어 있어서 선택 즉시 나온다. 또 놀라운 건 시킨 메뉴에도 있었다. 일단 미국답게 버거 사이즈가 정말 크다. 또 감자튀김 양이 진짜 많은데, 세트 하나에 나오는 봉지의 반을 채울 수 있을 만큼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 신기했다. 맛은 음.. 유기농이 콘셉트인 것 치고는 인공적인 맛이었다. 강남에서도 지점이 하나 오픈했는데 대기번호가 600번대까지 갔다고 한다.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유익한 경험으로는 괜찮은 곳이다. 한국에 입점된 또 다른 미국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shake shake와 비교한다면 shake shake는 정석 그 자체라면 five guys는 스트리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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