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섯째 날
From Mom's Heart
나이아가라 폭포에서의 하루는 강렬했다. 눈앞에 쏟아지는 물줄기와 그 소리에 압도당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여행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 목적지는 캐나다의 대도시 토론토였다. 온타리오 주의 주도이자 온타리오 호수 북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CN타워를 중심으로 고층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활기찬 도시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정된 일정에 따라 우리는 CN타워를 먼저 둘러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타워는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토론토 시내와 온타리오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고요하게 펼쳐진 호수와 정돈된 도시 풍경이 인상 깊었다. CN타워 자체는 거대한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도시의 상징이자,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이 공간에서, 잠시 현실과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그 시간만큼은 여행자라는 사실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어 방문한 토론토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신시청은 또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신시청은 두 개의 반원형 타워가 중앙의 돔을 감싸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1965년, 핀란드의 건축가 빌리오 레벨이 설계한 이 건물은 당시로서는 매우 실험적이었을 것이다. 도시의 중심에 세워진 이 건축물은 토론토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시청 앞 광장은 다소 다른 분위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아랍계로 보였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현장은 정돈되어 있었지만, 경찰들이 주변을 에워싼 모습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딸아이와 나는 시청 앞 광장 한편에 서서 한동안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떤 이는 피켓을 들고 있었고, 어떤 이는 조용히 앉아 있었으며, 몇몇은 울먹이고 있었다. 복잡한 감정보다는 조용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시위를 마주한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갈등, 그 안에서 희생되는 민간인들, 그리고 그로 인해 분열되는 세계의 여론. 사건의 진실이나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이에게 이 모든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떠올려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그날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중동의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최근에는 미국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 학생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추방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회적 표현이 정치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표현의 자유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시위는 때로는 불편한 풍경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엔 누군가의 절실한 사정이 담겨 있다. 딸과 함께 그런 모습을 마주한 시간은 단순한 관광과는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았다. 그날, 아이는 세상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은 배웠을 것이다.
여행은 풍경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를 듣고, 낯선 상황을 바라보게 한다. 토론토에서의 하루는 그런 경험 중 하나였다. 세계의 갈등이 결코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Through Daughter's Eyes
나이아가라의 감동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토론토였다. 토론토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주도인데, 대한민국에는 수도라는 개념만 있다 보니 주에서도 중요도시를 정하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또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이니만큼 인구의 반이 이민자들인데, 200여 개의 민족이 130여 개의 언어와 사투리를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은 이민자들에게 말 그대로 개방적인 분위기였다면 캐나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아직 한국에서는 관련된 문화가 많이 발달하지 않아 더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토론토에서 처음으로 간 곳은 대표적인 명소인 CN타워이다. CN 타워는 캐나다의 남산타워 같은 장소였다. 사실 처음에는 CN 타워에 대해 잘 몰랐는데, 후에 세계의 고층빌딩 관련 자료를 보던 중 CN타워의 이름이 나와서 반가웠다.
CN 타워 주위에는 자그마한 상권들이 들어서 있었다. 대체적으로 토론토는 굉장히 여유로운 분위기였던 것 같았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햇볕이 잘 들어 쨍쨍했고, 그런 곳에서 유유자적하게 기차 조형물도 구경하고, 다람쥐도 한번 보고 하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갈증이 생겨 콜라라도 한잔 사 먹으려고 주위의 가게에 들어갔다. 그런데 가게 종업원이 좀 정말 여유로웠다. 이러다가는 정말 시간 다 가겠다 하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캐나다인들이 그 여유로운 행동을 당연하게 알고 다 웃으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빨리빨리'가 전국 습관이 되어버린 한국과 다르게 여유로운 캐나다를 보면서 나라의 문화 차이가 이런 곳에서도 드러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너무 숨 가쁘게 굴러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쉼이라는 것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토에서 인상 깊었던 곳은 더 있었다. 바로 토론토 대학이다. 사실 이곳에서는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캐나다가 북쪽에 위치하다 보니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웠는데,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좀 풀려 정말 선선한 가을 같았다. 그런 날씨에서 잔디가 예쁘게 깔린 토론토 대학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금방 갔다. 토론토 대학은 이 장소가 어떤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내 기억에 행복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인상 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