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지 못한 나이아가라에서

여행 넷째 날_에피소드 2

by 첨예하니

From Mom's Heart

딸과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의 유람선을 탔다. 자연의 거대한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거대한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졌고, 그 물줄기에서 피어나는 하얀 안개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람선이 폭포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온 세상이 젖어들 듯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물방울이 쉴 새 없이 얼굴을 적셨고, 그 차가운 촉감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 순간,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유람선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가족 단위였다. 부모가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며 웃는 모습,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사진을 찍는 부부들, 하나같이 정겨운 풍경이었다. 그 가운데, 우리 딸과 나는 둘이서 나란히 서 있었다. 아이는 들뜬 얼굴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물안개 속에 손을 뻗었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옆을 돌아봤다. 남편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


여행을 준비할 때 남편은 늘 그랬듯 담담하게 말했다. “일이 있으니 나는 못 가지. 둘이 잘 다녀와.” 남편의 말에 나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사실 남편이야말로 이런 여행을 참 좋아하지 않던가. 목적지를 정할 때부터 일정을 짜고, 동선을 그리며 가장 설레어하는 사람.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사람. 음식 하나, 풍경 하나에도 감탄하며, 그 모든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는 걸 진심으로 즐기던 사람. 그런 남편이 함께하지 못한 이번 여행은, 어디까지나 ‘잠시 비운’ 느낌이었다.


남편은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무리해서 시간을 내기보다, 아이가 불편하지 않게, 내가 피곤하지 않게 배려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성실히 지킨다. 그 자리가 직장이든, 집이든, 혹은 보이지 않는 뒷자리든 말이다. 그래서 남편이 빠진 이번 여행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수많은 가족 사이에서 남편의 빈자리를 체감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미안하고, 또 그만큼 고마웠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남편이 이 장면을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 앞에 선 우리 딸의 얼굴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우리가 함께 걷는 뒷모습을 누군가 대신 찍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이 장면에 남편이 있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잔잔하게 가슴을 적셨다.


여행이라는 건 풍경도 기억에 남지만, 결국은 누구와 함께였는 지가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덜 완전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들을 나눌 대상이 없다는 건, 때때로 그 순간의 반짝임마저 무디게 만들곤 하니까. 그래서 이 기억은 나에겐 조금 아쉬운 기록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또 다짐하게 된다. 다음에는 꼭 셋이서 함께하자고. 풍경보다도 남편이 있는 여행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었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잠깐의 틈이라도 함께 낼 수 있다면, 그게 더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다시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지금 가장 기대되는 일 중 하나다.


이번 여행의 사진들을 천천히 정리하며 문득 깨닫는다. 남편은 비록 그 자리에 없었지만, 내 마음 한가운데 있었다는 걸.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딸과 웃을 때마다, 당신과 나누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말이다.

다음엔 꼭 함께 걷자, 그 물안개 속을.

이번엔 나 혼자 남편을 그리워했지만, 다음엔 우리 셋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기를.






Through Daughter's Eyes

다음으로는 나이아가라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어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의 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나이아가라를 중심으로 일종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도로를 따라 나이아가라를 상품으로 한 여러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걸 보며 관광명소 하나만 믿고 마을을 형성하고 또 그 마을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이아가라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이아가라의 유람선은 두 가지의 종류가 있다. 미국 국적의 유람선과 캐나다 국적의 유람선으로 나뉘는 데 특이하게도 각 유람선에서 나눠주는 우비 색깔로 그 차이를 알 수가 있다. 미국의 유람선은 파란색, 캐나다의 유람선은 빨간색의 우비를 나누어 준다. 캐나다로 넘어온 터라 빨간색 우비를 받고 유람선에 탑승했다. 처음에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진심으로 느껴보고 싶어 지붕이 없는 유람선의 맨 위 꼭대기로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폭포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알게 되었다. 유람선에서 나눠준 커다란 우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폭포에 다가가기만 했는데도 금세 다 젖고 말았다. 유람선을 타고 나서야 나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실감했다. 만약 사람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물줄기가 제일 거센 곳에 맨몸으로 서있는다면 내장 파열로 정말 사망할 수 있을 정도였다. 또 하나 놀랐던 점은 바로 소리이다. 전에 테이블락에 가서도 나이아가라 폭포의 사운드가 정말 대단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실제로 가까이 가서 들어본 결과 정말 차원이 달랐다. 테이블락에서는 정말 시끄럽다 정도였다면 유람선에서는 이미 귀가 먹먹해진 상태라 오히려 그 소리가 실감되지 않았다. 나중에 유람선에서 돌아와 선착장에 내려서야 귀가 제 기능을 하였는데 정말 한동안은 멍했던 것 같다.

그렇게 유람선은 하이라이트인 말굽 형태의 폭포에 다다랐다. 나이아가라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폭포인데, 나는 전처럼 거리를 두고 구경만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람선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폭포를 향해 전진해 나갔다.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정말 물살이 강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재미있었다. 말로만 듣던 나이아가라를 정말 온몸으로, 진심으로,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빠져나와 돌아가고 있을 때 멍 때리던 나에게 한줄기 햇빛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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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무지개이다. 사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무지개를 본 적이 없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무지개는 6살 때 유치원 선생님이 여행 가서 보여주신 사진이 고작이었는데 그 사진만으로도 나는 언젠가 무지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결심 이후로 나는 한 번도 무지개를 본 적이 없었고 나의 소원도 희미해져 갈 무렵, 이런 무지개를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감격스러웠다. 남들에게는 고작 무지개일지도 몰라도, 나에게는 어릴 때 그림의 단골 소재이자 나의 로망과 동심을 담은 하나의 소원이었다. 그래서 이 무지개가 나에게는 하나의 감격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번 투어에서 가장 고대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헬기 투어이다. 여태까지 비행기는 여러 번 타봤어도, 헬기는 정말 나에게는 먼 존재였다. 평소에 헬기를 타볼 기회는커녕, 제대로 구경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여행 옵션 중에 헬기 투어가 있을 때, 나는 엄마에게 바로 이야기했다. 나 이거 무조건 타고 싶다고. 원래 헬기를 타볼 생각도, 원한 적도 없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헬기를 타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일상생활에서는 꿈도 못 꿀 정도로 먼 존재였기 때문에 나 헬기 타본 사람이야라고 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고대하던 헬기 투어가 당일로 다가왔을 때 내 마음은 온통 그곳으로 가있었다. 당일 날씨가 그렇게 좋지가 않아서 자칫하면 헬기가 뜨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테이블락에서 유람선까지 정말 마음을 졸였었다. 심지어 헬기 걱정을 하느라 난생처음 본 나이아가라 폭포에도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헬기를 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찌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헬기 탑승장에 왔다. 사실 주변에 거대한 강풍을 일으키는 헬기 앞으로 다가가서도 실감이 잘 안 났던 것 같다. 운이 좋아 헬기 기장님의 옆자리에 타게 되었는데, 조종판이 한눈에 보여서 신기했다. 그때 내 기억에는 조종판이 꽤나 복잡했는데 그걸 다 컨트롤하시는 기장님이 신기할 뿐이었다. 마침내 우리 모녀를 태운 헬기가 출발을 했다.

마냥 타고 보니 많이 긴장이 되었다. 헬기가 프로펠러에 의지해서 가는 비행체이다 보니 만약에 설마 만에 하나 헬기에 무슨 이상이 생겨서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 생각했다. 그 망상은 이륙할 때부터 더더욱 커졌다. 헬기가 그렇게 안정적인 승차감을 자랑하는 수송기구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흔들릴 때 나이아가라의 절경에 감탄하면서도 헬기가 추락해 여기 빠지면 어떻게 되나 하는 긴장감을 놓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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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헬기에서 본 나이아가라는 지상에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정말 세찬 물결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봤을 때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는 또 다른 요소가 되었던 것 같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해 내가 느낀 대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헬기를 처음 탔을 때의 그 뻥 뚫리는 느낌은 나의 뇌리에 오래도록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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