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덟째 날_에피소드 2
From Mom's Heart
우드버리 아웃렛에서의 쇼핑은 생각보다 짧았다. 마음이 조급 했다기보다는, 이미 여행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묘한 감정이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서둘러 뉴욕으로 향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뉴욕의 야경을 보는 것이었다.
버스는 점점 어둠 속으로 달려갔고, 도시의 불빛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러 번 지나다녔던 거리였지만, 어두운 하늘 아래 펼쳐진 뉴욕의 모습은 또 달랐다.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질 만큼, 뉴욕은 밤이 되면 마치 다른 도시가 되는 듯했다.
록펠러 센터 앞의 광장 중앙에 이미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었다. 점등식은 아직이었지만, 웅장한 트리 앞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트리를 둘러싼 황금빛 천사 조각들과 스케이트장, 그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울려 이미 하나의 장면처럼 완성된 풍경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다소 이른 시기였지만, 그 반짝임은 계절을 앞서가고 있었다.
이어서 향한 곳은 타임스퀘어. 무수한 전광판과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눈부신 화면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고,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시간도 속도를 늦춘 듯 보였다. 모든 것이 과장되어 있고, 모든 것이 제자리인 듯한 그 기묘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잠시 말을 잊었다.
그러던 중 딸아이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바로 M&M’s 월드에 들어섰을 때였다. 형형색색의 초콜릿, 캐릭터 인형들, 커다란 M 글자 모양의 장식들—아이에게는 마치 작은 꿈의 나라 같았던 모양이다. 매장 곳곳을 누비며 이것저것 집어 들고, 한참을 웃던 딸의 모습이 오히려 이날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화려한 야경보다도, 그 웃음이 더 찬란했다.
거리에는 핼러윈 특유의 기운이 가득했다. 해가 진 뒤에도 괴물 분장을 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녔고, 유령, 마녀, 해리포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도심 속을 자유롭게 활보했다. 평소였다면 다소 부담스러웠을 광경도, 이날만큼은 그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졌고, 우리는 그 안의 조용한 관객처럼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뉴욕의 밤을 걸었다. 무엇이 특별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딸아이가 웃었고, 도시가 반짝였고, 우리는 함께 그 속에 있었다. 담담하지만 분명한, 여행의 한 페이지가 그렇게 새겨졌다.
Through Daughter's Eyes
우드버리에서의 쇼핑이 끝나고, 이 여행의 마무리를 위해 우리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타임스퀘어에서 뉴욕의 야경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여행 이틀째에 뮤지컬을 보러 가며 봤던 타임스퀘어가 피곤하고 시끄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야경을 본 날이 운 좋게도 핼러윈 밤이었고, 그래서인지 타임스퀘어는 전에 왔을 때보다 더욱 파티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그곳에는 마녀, 유령 등 온갖 코스튬을 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솔직히 핼러윈 코스튬이라 해봤자 유치원에서 마녀 모자를 쓰는 정도라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코스튬을 하는 문화가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정말 기함할 정도의 분장을 한 사람도 보게 되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중에 본 것인데, 어떤 사람이 슈퍼 마리오 분장을 하고 마리오 콘셉트로 커스텀한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정말 그날 타임스퀘어에 있던 모두가 광란의 현장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날 나는 나의 로망들을 몇 개 이뤘다. 첫 번째는 드라마 FBI인데, 사실 나는 이런 수사물 느낌의 미국 드라마의 애청자이다. 그중에 FBI라는 드라마에서 타임스퀘어의 빨간색 계단에서 범인을 잡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는데, 직접 그곳에 방문한 뒤에는 느낌이 달랐다. 내가 동경하던 드라마에 나온 장소를, 그것도 미국까지 가서 보다니… 나에게는 이 장소가 어느 곳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의 로망은 더 있었다. 크리스마스에는 한 번쯤 봤을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봤었다. 그때는 꽤나 기발하면서 따뜻한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곳 타임스퀘어에 "나 홀로 집에"에 나온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고 했다. 사실 영화에서 이 트리는 주인공이 두려울 때 용기를 가지게 해 준 존재이자, 엄마를 다시 본 기적적인 장소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간 거리에서 그 트리를 마주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압도당했다. 사실 내가 간 날이 10월의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곳만은 크리스마스였다. 단지 이 트리가 "나 홀로 집에"에 나와서가 아니라, 이 트리의 크기와 분위기, 조명 그 모든 것이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는 점에 경탄했다.
나에게는 뉴욕에 대한 또 다른 로망이 있었다. 어릴 때 유튜브에서 우연히 M&M월드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대략 6년간 그곳에 가 보고 싶어 했다. 특히 뉴욕 M&M월드에서 나의 버킷리스트는 내 이름이 들어간 초콜릿을 만드는 것이었다. 영상에서 기계를 통해 초콜릿의 M&M 부분에 원하는 글자를 새길 수 있게 하는데, 그걸 꼭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타임스퀘어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급하게 M&M월드로 향했다. 그곳에는 초콜릿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과 체험 기구들이 있었다. 특히 어떤 기계 위에 올라가면 그 사람만의 M&M 초콜릿 색을 측정해 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나는 핑크색으로 나왔다. 사람마다 랜덤으로 색을 고르는 거라기에는 스캔이 너무 오래 걸려서,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 색을 정하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또 M&M월드의 메인에는 초콜릿을 봉지에 담아서 가져가는 시스템이 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색의 M&M이 스토어의 끝부터 끝까지 꽉 채우고 있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위의 사진처럼 연보라, 청록 등의 색상뿐 아니라 미국의 색 조합, M&M의 상징색 등 정말 다양한 조합의 M&M이 약 100개 정도 줄지어 있었다. 위니비니처럼 봉지에 담아 무게로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여기 M&M은 시중에 파는 것과 다르게 안에 견과류가 들어 있어서 맛이 좀 다르다. 시중의 것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또 M&M월드에는 M&M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잠옷부터 컵, M&M 분배 기계, 모자, 하다 하다 주방도구까지 있었다. 그런 귀여운 소품들을 구경하다가 기념품 용도로 하나를 샀다.
이렇게 기분 좋은 소비를 한 후,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M&M에 글자를 새길 수 있는 코너로 갔는데… 딱 내 앞앞에서 순서가 끝나 있었다.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순간이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이미 직원들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어서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의 아쉬움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있다.
아쉬움을 숨기고 다시 나온 타임스퀘어는 한층 더 분위기가 달궈져 있었다. 그때 나는 느꼈다. 절정에 달아오른 핼러윈 파티와, 기대감으로 가득 차 'Trick or Treat'을 외치는 아이들과, 터지는 폭죽과, 타임스퀘어의 광고판과, 너무나도 알맞았던 밤과, 그 선선한 공기와, 어딘가 모르게 매캐한 냄새를. 그 광경은 오랫동안 내 뇌리에 깊이 새겨졌고, 아마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기억 같았다.
타임스퀘어에서 벗어나 뉴욕과 뉴저지 사이의 어느 한적한 교외에 잠시 들렀다. 그곳에는 자그마한 강이 있어서, 강과 함께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정말 시끄럽던 뉴욕에서 벗어나 한적한 공간에 오니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공기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고개를 돌려 하늘을 봤더니 무수한 별이 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이 여행의 엔딩이 이 풍경임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내가 다시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또 올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처음의 그 설렘은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나의 북미 여행은 한 장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