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맞혔지만, 틀린 건 나였던 이야기
정답은 맞혔지만, 틀린 건 나였던 이야기
딸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수학을 공부 중이다.
중학생 신분으로 벌써 고등 수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자랑스러웠다.
그만큼 아이가 노력한 결과일 테니.
하지만 자랑스러운 마음과는 별개로,
엄마로서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실 딸은 중학 수학을 시작하면서부터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초등 수학 때까지는 내가 꽤 열심히 지도했다고 생각한다.
수학이 어렵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함께 문제를 풀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자꾸 마음속에 작은 화가 치밀곤 했다.
“아니 이걸 왜 이렇게 풀지?”
“이건 전에 했던 문제랑 똑같은 건데 또 틀려?”
말은 참았지만,
속으로는 꽤나 조급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학원을 선택했다.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한구석 마음이 계속 바빴다.
‘잘하고 있는 걸까?’
‘혹시 이상한 풀이 습관이 생긴 건 아닐까?’
‘이런 진도에 정말 이해하면서 가고 있는 걸까?’
며칠 전,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무심코 아이의 학원 가방을 열어 교재를 꺼내보았다.
책과 프린트, 연습장.
문제 풀이가 가득 적힌 종이들을 넘기다가
문득 눈에 밟히는 몇 문제들이 있었다.
이건 왜 이렇게 풀었지?’
‘여기선 왜 이렇게 식을 세운 거지?’
속으로만 중얼거리다 못해,
결국 나도 펜을 들어 그 문제를 풀어보았다.
답은 맞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풀이가 꽤 길고 복잡했다.
문제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나는 ‘이해’를 우선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원리 중심의 풀이를 택했고,
그 결과 풀이가 늘어졌다.
그때 문득
아이의 연습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딸의 풀이가 훨씬 더 ‘간결’하고 ‘깔끔’했다.
잠깐 멍해졌다.
나는 분명 정답을 구했지만,
그 과정은 마치 먼 길을 돌아 목적지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아이의 풀이가 틀리지 않았는데도
나는 괜히 의심부터 했던 것 같았다.
'혹시 내가 구식인 건가?’
‘시험 제도가 바뀐 걸 내가 모르는 걸까?’
예전에 과외 선생님 구인글에서 봤던
"젊은 선생님 원해요. 시험 방식이 달라져서요."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냥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은 이해가 됐다.
딸은 내 방식이 아닌,
지금의 세대가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원리 중심’의 학문으로 수학을 배웠고,
딸은 ‘빠르고 효율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중이었다.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너무 오랜 시간 내 방식에 익숙해 있었던 것뿐.
그날 이후 나는 더 조심하게 되었다.
아이의 공부를 점검한다는 이름 아래
내 기준을 들이밀지 않도록.
무언가를 ‘알아야 점검’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제대로 보려면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학 문제를 풀다 보니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는 걸 깨달았다.
정답보다 긴 풀이에 집착하던 나,
그게 익숙했던 내가
어느새 아이의 성장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