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탐구 발표 준비, 연구자로서 개입해 봤다

해수담수화 농축수 캡슐화에 대한 그녀의 탐구 여정

by 첨예하니

딸아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모두 영재원 교육을 받았고,

평소에도 논리적인 사고를 즐기는 아이였다.
이번 과학탐구 발표도 단순한 과제 수행이 아닌,

앞으로 변화될 입시 환경을 고려해 의미 있는 경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2028년부터 본격 시행될 고교학점제와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입시제도를 염두에 두고,
이런 탐구 경험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조심스레 제안해 보았고,
아이는 그 흐름을 이해하며 연습 삼아 과학탐구 발표를 준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탐구 주제는 조금 남달랐다.
"해수담수화의 농축수 문제와 그에 대한 캡슐화 대안"이라는 무게감 있는 주제.

과학적 사고력과 발표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대,
딸아이의 선택이 기대감을 갖게 했다.


나는 직업이 연구자다 보니, 딸이 탐구를 시작하자 자꾸 개입하게 되었다.

‘논리적 흐름이 부족한 건 아닌지’,
‘이 문단은 순서를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참고문헌 형식은 APA로 맞추는 게…’

이런 말들을 무심코 꺼냈고, 어느 날 딸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은 내 생각대로 해보고 싶어. 그냥 좀 지켜봐 줘.”


순간 멈칫했다.
딸이 과제를 완성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자기 주도적으로 밟는 게 더 소중하다는 걸 그제야 다시 떠올렸다.


딸이 이번에 쓴 탐구보고서는 흥미로웠다.

기존 해수담수화 기술이 남긴 고농축 해수의 해양 생태계 파괴 문제를 지적하며,

그 해결책으로 ‘캡슐화’를 통한 점진적 확산 방식을 제안했다.

놀랍게도 이 발상은 타이레놀 광고를 보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했다.

약이 물에 천천히 녹아드는 모습을 보며,

‘저게 고농축 해수라면?’,
‘천천히 퍼진다면 바다가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딸은 젤라틴, HPMC, 생분해성 고분자의 특성과 확산 공식,
구체적인 방출 위치까지 탐색했고,
조류 예보도를 참고해 캡슐 분산 방출 계획도 직접 수립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100% 혼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자료를 해석하거나 방향을 잡는 데 내가 간간이 질문을 던지거나 배경 설명을 덧붙이긴 했지만,

핵심 아이디어의 확장과 구체화는 딸이 주도한 결과였다.


이번 과제는 결과물보다도 그 과정을 믿어주는 훈련이었다.
딸은 자신이 정한 마감일에 맞추어 초안을 완성한 뒤,

다시 3번을 스스로 수정했고,
발표용 슬라이드까지 스스로 구성했다.

나는 조용히 옆에서


“응, 좋아.”
“그 부분은 왜 그렇게 했어?”


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딸이 더 깊이 고민하고 정리해 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연구자로서 내가 가진 지식은
때로는 침묵 속의 질문으로 더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처음으로 체감했다.


발표가 끝난 날,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 아이는,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힘을 이미 가지고 있구나.’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다음번에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아이 스스로 먼저 물어볼 수 있도록
충분한 여백을 가진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아이의 탐구가 아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아이의 언어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번 발표 준비를 통해
내게도 한 뼘 더 자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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