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줄였더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딸아이는 토요일마다 영재원 수업을 간다.
하지만 토요일은 학교 식당이 문을 닫는 날이다.
게다가 일단 등교하면 하교 전까지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도시락이 필요했다.
사실 나는 학교급식 세대가 아니다.
늘 엄마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다녔던 기억을 더듬어,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보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요리가 수준급인 것도 아니고, 요즘 아이들 입맛과 심미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내게 꽤 큰 도전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도시락 싸기’.
그런데 도시락 하나에 딸려오는 1회용 쓰레기들을 보며,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문제의 시작은 단순했다.
김밥을 싸고 랩을 씌우고, 일회용 수저를 넣고, 종이백에 담는 동안
“엄마, 이거 너무 쓰레기 많이 나오는 거 아니야?”라는 딸아이의 말이 툭 나왔다.
딸은 오랫동안 어린이 환경기자로 활동해 왔다.
환경에 민감한 눈으로 도시락 하나를 해부하듯 뜯어보더니,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로웨이스트 도시락은 가능할까?”
그날부터 실험이 시작됐다.
실리콘 소재 도시락통으로 교체 (필요하면 삶을 수 있고, 세척도 편함)
스테인리스 수저와 다회용 수저 케이스 사용
천 가방에 도시락과 물병을 함께 담기
일회용 젓가락, 랩, 종이 포장, 비닐백 전면 금지
음식 구성도 바뀌었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 포장재를 줄이고, 남김 없는 양으로 간단하게 구성했다.
추천 도시락 메뉴:
주먹밥 + 계란말이 + 오이나 당근스틱 + 과일(제철 사과나 포도)
꼬마김밥 + 삶은 달걀 + 견과류
유부초밥 + 두부구이 + 조각채소 + 과일
물론 처음엔 서툴렀다.
도시락통에서 국물이 샐까 걱정도 되고, 아침마다 반찬을 준비하는 게 부담스러운 날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큰 문제는 없었다.
음식을 간단하게 구성하니 오히려 준비가 빨라졌고, 쓰레기를 비워내는 대신 마음이 가벼워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함께 도시락을 준비하며 나눈 소소한 대화들이다.
무슨 반찬이 좋을지, 천 가방이 귀엽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이 도시락통보다 더 소중하게 마음속에 담겼다.
또 하나 느낀 건, 먹을 만큼만 싸는 것의 미덕이었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재료를 아끼고, 있는 그대로 즐기는 도시락.
그건 단지 식사의 방식이 아니라 우리 집 식생활 철학이자 환경 교육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거창한 결과물을 얻은 건 아니다.
하지만 작은 실천 속에서 아이와 내가 함께 나눈 대화, 협업, 고민, 그리고 자부심은 아주 크다.
도시락 하나를 싸면서 환경을 배웠고,
쓰레기를 줄이며 나와 지구에 대한 책임감을 키웠고,
식사를 준비하며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다시 발견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시작은
“제로웨이스트 도시락은 가능할까?”
라는 딸아이의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