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무서운 게 아니라 사회를 반영해서 무서운 K콘텐츠
오징어 게임... 처음에 보지를 못했다. 너무 잔인한 부분이 서슴없이 나온다길래... 하드코어라길래... 근데 주변에 안 본 사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징어 게임이 흥행이길래 궁금해서 한번 1화를 봤다. 뭐 보기 힘든 화면이 나올 때는 화면을 빠르게 스킵했다. 그랬더니 다음회차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몇 회 보다 보면 엄청나게 몰입되는 회차가 나오니 몇 회만 참고 봐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휴일에 한번 마음을 잡고 봐 보았다. 그 오징어 게임.
우선 잔인한 장면이 내 취향은 아니나 극 중 집중도를 높이는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게임의 방식은 어디론가 끌려가 어렸을 때나 할 법한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을 통해 456억이라는 상금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한 명이 되어야 한다. 이에 목적 지향주의의 폐해를 단적으로 볼 수 있다. 456억이라는 상금을 얻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폭력과 살인까지도.
그런데 각자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연이 기구하다. 사회에서 도저히 구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빚더미에 쌓여 빚 독촉에 시달리고, 부모에게 자식 구실 못하고 자식에게 부모 노릇 못하는.... 그러다 보니 삶이 지옥이고, 지옥이 삶이다. 그런 이들에 우연히 어딘가로 끌려와 참여한 게임. 그런데 상금이 워낙 어마어마하니 모든 것을 걸고 이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그 과정에서 보는 인간 본성의 밑바닥에 참여자들은 더욱더 절망하고 게임을 끝내고 싶어 할 정도다. 왜냐하면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제정신인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이미 시작한 게임을 마음대로 끝낼 수가 없다. 또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쓸 뿐이다.
게임을 위해 여러 명 혹은 둘이 팀을 짠다.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불신과 외로운 과거와 그 와중의 힘과 권력관계에 보는 내내 마음을 힘들게 한다. 이 과정들이 오징어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다.
또한 살아남으려면 혼자서는 힘들다. 누군가와 연대해서 소속감도 같고 게임에서 이길 지혜와 전략 없이는 불가하다. 그런데 어렵게 만든 파트너를 또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 극단적 서바이벌 규칙이 몰입감과 긴장감을 어마어마하게 몰고 간다. 참가자들은 이기주의와 권모술수의 온갖 인간군상을 보면서 더욱더 좌절한다. 그것이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에 더욱 절망한다. 그리고 게임을 끝내고 싶어 하지만 마음대로 끝낼 수 없다.
여기서 인간군상의 대표가 나온다. 무능력의 표상이지만 정이 많고 여려서 이 아수라판에서도 오지랖을 부리는 기훈역의 이정재 분과 능력자의 표상이나 이기적이고 승부 앞에 냉정한 상우 역의 박해수 분의 캐릭터다. 나라면 어땠을까 계속 생각하면서 보게 된다. 과연 이 게임의 승자가 누가 될 것 인가?
보면서 힘들고도 몰입이 되는 것은 지금 내가 예민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이 어쩌면 이 오징어 게임과 같이 과도한 경쟁으로 흘러간다면, 오징어 게임에 참가자들처럼 변해간다면,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별반 다를 바 없다면.. 등의 삶의 본원적 질문이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팀미션에서 힘으로 승패가 결정되기에 노인과 여자를 배재하려 하는 모습 등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유리하고 힘세길 바라는 당연한 사람들의 본능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어 보기 힘들었다. 잔인한 장면보다 현실의 잔인한 투영이 보기가 더 힘든 요소였다.
힘으로 모든 것을 제앞하려는 참가자(덕수 역), 사기에 능하고 안멸몰수라 누구도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으나 본인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한미녀 역),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갖은것이 없어서 어떠한 기대도 없는 자(새벽 역), 자신은 잃을 게 없어 보고도 못 본 척 속여도 모른 척 하지만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노인), 육체적 힘은 세나 늘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알리 역) 등의 캐릭터로 우리 사회의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면 이 생존게임이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오징어 게임이 올라오자마자 미국 1위를 차지하고, 지금 오징어 게임을 실사 게임을 체험하기 위한 팝업 체험관 등이 인기라고 하는데, 이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져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오징어 게임. 그 씁쓸하고도 잔인하고도 한편 실오라기처럼 남아있는 따뜻했던 콘텐츠였다.
지금 오징어 게임이 표절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영상으로 구현해낸 것에 대한 K콘텐츠의 저력에 대해서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은 제작 관계자들이 미리 손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