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싱글 라이프가 일상인데, 나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털 알레르기이다. 한 번은 친구 집의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러 갔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놀다가 집에 돌아올 때쯤 알레르기가 심해져서 아주 코가 막히고, 머리가 지끈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작고 귀여운 것이 좋아'도 반려동물을 키울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적적한 삶을 조금 풍요롭게 해 보려는 시도가 반려 식물을 들이는 것이었다. 처음 지금 집으로 이사와 허브 3종을 키우기 시작했다. 3종 중 라벤더는 며칠 내 이쁘게 꽃을 피우고는 곧 시들어 죽었지만, 페퍼민트와 루꼴라는 1년이 되도록 꽤 유용하게 키웠다. 특히 루꼴라는 무럭무럭 자라 파스타 할 때 뜯어 넣기도 했다.
출근 전에 물을 주고 볕이 너무나 잘 드는 창가에 두고 출근해서 돌아오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루틴이었다. 창가에 두어서인지 매일매일 쑥쑥 크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햇빛과 물만 부지런히 주었을 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허브 친구들과 모두 이별한 후, 율마를 들였다. 초록초록 이쁘게 뻗어 올라간 녀석의 외모에 난 반했다. 율마를 살 때, 물관리를 너무 자주 하지 말고 흙을 만져서 촉촉하지 않고 건조할 때 물을 줘야 하고, 햇빛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햇빛이라면 자신 있지 하면서 이전의 허브들처럼 창가에 두었다.
들여올 때는 파릇하고 싱싱했던 율마가 우리 집과 잘 맞지 않았는지, 내가 관리를 잘하지 못했는지 한 면이 누렇게 갈변했다. 창쪽으로 둔 방향이 피해 입은 측면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놀라서 어찌해야 하나 걱정했다. 아직 초록 초록한 부분과 갈변한 부분은 촉감 자체가 달랐다. 갈변한 부분을 만지면 가시에 찔릴 듯 따가웠다.
한번 갈변한 부분을 가위로 잘라주고 다시 물을 정성껏 주며 회생하기를 몇 주나 기다렸다. 내 나름은 너무 자주 물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누렇게 변한 것이 물이 부족하고, 직사광선을 바로 쬐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위치도 창가 밑으로 조정했다.
그러고 보니 내 기적의 반려식물은 스투키이다. 5년 전 친구에게 선물 받은 스투키가 처음에는 한 다섯 뿌리 되었는데 2년 동안 나름 잘 키웠지만 하나씩 뿌리가 말라가서 뽑아줬더니 최종적으로 한두 뿌리만 남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물을 주고 버리지는 않았더니 어느 순간 말라비틀어졌던 뿌리를 다 뽑고도, 지금은 거의 열 뿌리나 되도록 잘 자란다.
스투키가 되살아났듯 물만 잘 주면 갈변했던 율마가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긍정 회로를 돌렸다. 하지만 이제 율마와 진짜 안녕해야 하나 싶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았다. 율마는 키우기 꽤 까다로운 식물이라고 한다. 물도 너무 자주 주면 안 되고 햇볕은 좋아하나 통풍이 잘되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갈변하면 내가 했듯 가위로 잘라주면 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똑똑 따주어야 한다고 한다. 분갈이를 안 해주어서 이 사달이 난 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율마를 다 죽이고 이제야 찾아보다니.... 나의 반려식물에 대한 무지함에 잠시 머리를 쥐어뜯는다. 우리 집에 나만 믿고 온 율마가 불쌍해진다. 당분간 새로운 식물을 만나기에는 시간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율마, 그동안 우리 집에서 애썼다.
이제 너를 보내줄게.
안녕